노인 및 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선정기준 완화·보장성 강화 등 담아
경사노위 “정부가 권고안 적용할 것으로 기대”···정부 적극적 동의 없어 노사정 합의문 도출은 못해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2017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파출소 앞에서 정부의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정책이 비수급 빈곤층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회원들이 2017년 8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파출소 앞에서 정부의 부양의무자 기준 단계적 폐지 정책이 비수급 빈곤층을 여전히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산하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권고안에는 노인 및 중증장애인에 대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선정기준 완화, 보장성 강화 등 빈곤층 지원 확대 내용을 담았다. 다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 않아 노사정 합의문 도출에는 실해했다. 그러나 관련 경사노위 관계자들은 정부가 해당 권고안을 적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경사노위 사회안전망위원회 장지연 위원장과 노대명 위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안’ 권고문을 3일 발표했다. 이는 노·사·공익위원들의 권고문 형식이다.

◇ “2020년부터 노인·중증장애인 부양의무자 기준 없애라” 권고

이날 경사노위는 2020년부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생계급여 수급자가 노인 및 중증장애인일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없애라고 정부에 권고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빈곤층에 속하더라도 자녀 등 부양의무자가 소득이나 재산이 있으면 생계 및 의료급여 등을 받을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는 복지 사각지대인 ‘비수급 빈곤층’을 만들어왔다. 이는 정부 계획에 이미 반영돼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경사노위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 기준 문턱도 낮추라고 권고했다. 현재 선정 기준은 중위소득 30% 이하다. 이를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라는 것이다. 다만 선정 기준을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장 위원장은 “전문가들은 보통 이 기준을 중위소득 40% 정도로 확대하라고 말한다. 경사노위가 이러한 구체적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선정 기준을 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생계급여의 기준 중위소득 산출방식도 안정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사노위는 선정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자동차 등 재산의 소득환산율도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자동차 소득환산율(100%)은 일반재산 소득환산율(4.17%), 금융재산 소득환산율(6.26%) 보다 높다.

이외에도 주거용 재산 적용상한액을 없애고, 기본재산공제액도 대폭 상향해야 한다고 경사노위는 정부에 권고했다.

◇ 노인 및 청년 빈곤 대책은 세부적 내용 마련 못해

경사노위는 주거급여 급지별 기준 임대료 현실화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보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도 정부에 권고했다.

우선 주거급여의 경우 임대료 인상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급지별 기준 임대료를 현실화하라고 밝혔다. 2019년 현재 서울에 사는 4인 가구 기준으로 임차가구 기준임대료는 월 36만5000원이다. 임차가구 기준임대료는 임차가구에 지급하는 임차급여 지급 상한액이다.

경사노위는 장애등급제 폐지로 인해 장애인 수급자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지 않도록 대책 마련도 권고했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고 중증과 경증 장애인으로 구분됨에 따라 기존 장애인 수급자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보완 방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저소득 청년층 지원을 위한 주거급여 청년층 특례제도 도입 등도 권고했다.

경사노위는 근로 빈곤층의 자립을 위한 방안도 권고했는데, 생계급여 수급자의 근로소득과 관련해 규정돼 있는 ‘10% 소득 공제’ 시행령을 즉각 실행하고, 이를 2020년까지 30%로 확대하라는 내용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시행령 제5조의2 11호에는 현재 10% 소득 공제를 규정하고 있다.

다만 경사노위는 노인과 청년의 빈곤 종합대책의 경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선언적 수준에 그쳤다.

이날 경사노위가 권고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은 노·사·공익위원들의 권고문 형식이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장지연 위원장은 “이 권고안에 대해 정부 측에서 추가 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권고안은 정부의 실행을 촉구하는 형태다”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예산은 모두 조세로 충당되는 데 노사가 조세 마련의 중요한 두 축이다. 정부는 이 권고안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실행할 것으로 본다. 추후 있을 재정전략회의에서 이 권고안이 논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이번 권고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박태주 경사노위 상임위원은 “경사노위는 대통령 자문기구로서 이번 협의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인 빈곤율은 2006년 43.8%에서 2016년 46.7%로 2.9%포인트 올랐다. 18~25세 청년 빈곤율도 같은 기간 8.5%에서 10.2%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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