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컨콜 통해 “후판협상, 상반기 동결 하반기 인상” 언급···포스코 “협상 막바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여 온 철강업계와 조선업계 간 후판협상이 일정 범위 내에서 합의점을 도출한 모양새다. 지난해 11월부터 이어진 협상에서 가격인상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 온 두 업계 간 미묘한 변화들이 포착됐다.

3일 업계 등에 따르면 후판협상은 각 업체들마다 대표이사 직속의 별도 조직에서 담당한다. 통상 ‘철강업계-조선업계’ 간 이뤄지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각 업체별로 이뤄지는 까닭에 동종업계 등에 새 나갈 경우 협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보안유지 등에 각별히 신경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각 업체에 후판협상과 관련한 질의를 하더라도, 여간해선 답변을 내놓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3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조선업계를 대변해 후판가격 인상 자제를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낸 까닭도 특정업체가 섣불리 입장을 내놓기 곤란하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었다. 모두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해 온 상황에서, 최근 협상과 관련된 발언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주인공은 현대중공업이다. 지난 2일 현대중공업은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협상 과정을 볼 때, 지난해 하반기 수준 혹은 이보다 낮은 가격에서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공급업체는 인상된 원자재 가격을 판매가에 전가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상태여서, 올 하반기에는 후판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언을 두고 업계 안팎에선 유의미하게 보는 견해가 우세하다. 하반기 협상테이블을 마련해야 할 시점에 이르도록 상반기 후판가격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았을 정도로 교착국면이던 양 업계가 협상의 실마리를 풀게 될 수 있을 것이란 일종의 기대감까지 불러일으켰다. 

철강업계서도 예전과 다른 온도차가 감지되기도 했다. 시사저널e와 접촉한 철강업체 대부분은 “협상 중이라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한 목소리를 낸 반면, 포스코는 “구체적으로 (협상진행 과정을)설명할 순 없지만, 관련 협상이 막바지 단계로 접어든 상황이다”고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지부진했던 협상이 조선업계의 으름장으로 철강업계가 한 발 물러서면서 협상이 어느 정도 진척을 보인게 된 것으로 내부에서 전해 들었다”면서 “중국산 후판을 수입하겠다고 주장하자 이에 철강업계가 상반기 협상에서 일정수준 양보했으며, 대신 하반기 협상 땐 일정수준의 가격인상에 대해선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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