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사문서 위조·부당발령·직원사찰 등 노동탄압 의혹 제기
사측 “노동탄압은 사실 무근···법적 위반사항 없어”

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손해보험지부가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B손보 본사 앞에서 사측의 불법·부당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희진 기자
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손해보험지부가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B손보 본사 앞에서 사측의 불법·부당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김희진 기자

KB손해보험이 부당인사 발령 및 개인 사생활 침해, 사문서 위조 등을 통해 사내 노동자들을 탄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 노조 “사문서 위조·부당발령·직원사찰 중단하라”

2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손해보험지부는 오전 11시 30분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KB손보 본사 앞에서 사측의 불법·부당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노조가 주장한 사측의 노동탄압 행위는 ▲사문서 위조 ▲부당발령 ▲직원사찰 등 크게 세 가지였다.

김현정 사무금융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조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미타결로 향후 투쟁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분회장대회를 준비했다. 그러나 KB손해보험 사측은 분회장대회 초안일정표를 입수한 후 이를 고의적으로 위조해 사내 게시판에 공식 분회장 대회 일정표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게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분회장대회의 중요내용인 ‘소집단토의’, ‘위령제’ 등을 삭제하고 분회장대회를 패키지여행으로 격하시키는 명예훼손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분회장대회 일정표 원본과 사내지에 실린 일정표 초안. 사내지에 실린 내용은 원본과 일부를 화이트로 지운 흔적이 보인다./사진=KB손해보험 노조
분회장대회 일정표 원본과 사내지에 실린 일정표 초안. 사내지에 실린 내용은 원본과 일부를 화이트로 지운 흔적이 보인다./사진=KB손해보험 노조

실제로 KB손보가 사내소식지에 게재한 일정표를 살펴보면 노조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최종 일정표가 아닌 초안 일정표를 다루고 있으며 이마저도 원본을 화이트로 일부 지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조는 “회사가 분회장 대회를 무산시키기 위해 문서를 고의적으로 위조했다”며 “이는 사문서 위조 및 허위사실에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악용해서 구조조정을 하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KB손해보험은 최근 4년간 누적 1조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며 매각당시 작성했던 ‘고용안전협약’에도 불구하고 찍퇴(찍어서 퇴직)를 위한 희망퇴직을 강요하고 있다”며 “그 일환으로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 42명을 어떠한 논의나 협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창구 업무에 발령을 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적재적소에 인력을 재배치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이 3개월 만에 재발령과 원격지 발령 등을 강행했지만 어떤 경영상 또는 업무상의 필요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며 “발령 대상자들은 창구 업무를 20~30년간 경험하지 않은 직원들로 기존 고객 창구 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에 비해 업무 처리 속도가 현저하게 떨어진다”며 사측의 주장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앞서 KB금융지주는 지난 2015년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지금의 KB손해보험을 만들면서 고용안정 차원에서 향후 5년간(2020년 5월까지) 노조와의 합의 없이는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KB손보가 새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등을 이유로 노조에 희망퇴직 단행을 제안하면서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에 따른 사측의 비용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조가 합의해준 제도”라며 “구조조정 수단으로 악용하라고 이를 협의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조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사측의 개인정보 사찰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했다.

김대성 사무금융노조 KB손해보험지부 지부장은 “회사는 전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보보호준수서약’을 받았다”며 “이는 자유로운 의사표시에 의한 동의가 아닌 강제서약이며 직원들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보보호서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업무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럼으로써 직원들의 메일이나 사내 메신저 등을 회사가 직원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열람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KB손보 “노동탄압은 사실무근···절차에 따른 조치일 뿐"

노조 측이 제시한 노동탄압 의혹에 대해 사측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회사는 노조가 주장하는 사문서 위조에 대해 “출력내용은 수정하지 않았으며 해당 문건을 입수한 직원의 필체로 신원이 추정될 것을 우려해 메모만 지운 것”이라며 “사문서 위조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조에서 주장하는 부당발령에 대해서도 KB손해보험 관계자는 “부당발령 조치는 사실 무근”이라며 “임금피크제 대상자에 대한 발령 조치는 직무개편에 따른 후속 인사발령일 뿐이다”라고 선을 그었다.

개인사찰 의혹과 관련된 정보보호준수서약을 두고는 “금감원의 모범규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정보보호준수서약은 2011년도부터 시행된 금융감독원의 모범규준에 따른 조치”라며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고객 정보 및 회사 정보를 유출하지 말라는 차원에서 시행하는 것이며 우리 회사뿐 아니라 전 금융기관이 내부통제 모범규준에 따라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보보호준수서약을 받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KB손보의 노사 간 임단협은 11개월째 답보상태에 놓여있다. 노조는 임금 5% 인상,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기본급 1% 인상, 호봉제 폐지, 희망퇴직 등을 제시해 당분간 입장차를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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