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6자회담’ 꺼내든 북·중·러···복잡해진 비핵화 셈법
  • 한다원 기자(hdw@sisajournal-e.com)
  • 승인 2019.04.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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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정상 ‘일대일로 포럼’서 만나 한반도 문제 해결 ‘공동 구상’ 공감대 이뤄
존 볼턴 보좌관 “북한 비핵화, 김정은 위원장 전략적 결단에 달려”
전문가들 “북한 다자협상 발언은 대북제재 완화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 사진=셔터스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 사진=셔터스톡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해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비핵화 협상은 남북, 북미 양국 정상 간 톱다운(Top-down·정상회담에서 시작해 하부 회담으로 내려가는 것) 방식으로 진행돼 왔지만, 북한이 우방인 중국·러시아와 3각 협력을 지렛대로 비핵화 협상 틀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비핵화 해법 방식이 ‘6자회담’ 구도로 변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러정상회담 전후로 6자회담 재개를 주장하고 있다. 6자회담은 지난 2008년 이후 10년 동안 열리지 않으면서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러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체제보장을 원할 뿐”이라며 “우리가 북한 체제보장에 대해 논의할 때는 6자회담 체계가 가동돼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북한, 중국·러시아 배후에 놓고 ‘6자회담’ 구상

푸틴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앞으로 한반도 비핵화 협상 국면에서 러시아가 본격 개입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6~27일(이하 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서 만나 한반도 문제를 논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포럼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김정은 위원장과의 북러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다면서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러 정상은 지난 2017년 7월 ▲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연합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 ▲북미·남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를 위한 동북아 다자안보 협정 체결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공동 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이러한 로드맵과 비핵화 해법을 재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도 이번 북러정상회담이 한반도 다자대화 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통신은 29일 “북러 간 고위급 교류는 양자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되며 한반도 정세와 지역 평화에도 건설적인 의미가 있다”며 “북러 양국 정상이 회담 후 공동 성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만남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데 힘이 된다”고 보도했다.

또 통신은 “북러 양국 정상이 회담 후 공동 성명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만남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진하는 데 힘이 된다”며 “지난해부터 북미·남북·북중 정상회담이 이어지며 한반도 문제를 두고 회담의 열기가 뜨거워지고 있는데 러시아도 이 열기에 가세해 한반도 다자대화 체제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도 다자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북한은 우군인 중국 또는 러시아를 배후에 놓으면서 비핵화 방법론과 관련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미국과 엇갈리는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구상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또 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신보는 28일 푸틴 대통령의 체제보장 발언을 거론하며 “미국이 조선의 행동에 상응한 비핵화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부각했다”며 “(미국의) 대조선 강경파가 ‘빅딜’이라고 부르는 일방적 핵무장 해제 요구를 배격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우리가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라며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밝힌 것과 맞물린다. 제재 완화가 미국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해 북한이 선의로 내놓은 보상 조치라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루스키섬 극동연방대학에서 열린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북한의 전략적 결단 요구···기존 비핵화 해법 방식 유지

이에 반해 미국은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24일 CBS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는 김 위원장의 전략적 결정에 달려있으며 한반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기회가 아직 있다고 믿는다”며 “협상이 실패하면 우리는 분명히 경로를 변경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은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요구하면서 협상 외에 다른 수단을 고려할 수 있다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9일 6자회담과 관련해 미국이 선호하는 방식이 아니라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제재 이행 강화를 촉구했다.

존 볼턴 보좌관은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미국과 일대일 접촉을 원했고 그렇게 해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김정은 위원장과의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고 그에 대해 꽤 생각이 분명하다. 대화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고 대통령은 여전히 올바른 시점에 3차 회담을 갖는 데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렇다고 우리가 (다른 나라와) 상의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금요일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아주 긴밀하게 (상의)했다. 우리는 러시아, 중국, 그리고 확실히 한국과 상의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몇주전에 (미국에) 다녀갔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러하자 일각에서는 비핵화 협상 교착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해법도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윤제 주미대사는 지난 25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은 서두르지 않고 북한의 반응을 차분히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라며 “김 위원장도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기다리겠다고 한 만큼 당분간 지금과 같은 교착 상황이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교착국면인 만큼 러시아, 중국을 지렛대로 삼고 있는 데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를 이용해 대북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즉 러시아의 관심을 끌기 위해 6자회담을 거론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 정부와 미국은 정상간의 톱다운 방식을 유지하는 입장이고,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과 물밑 접촉을 하며 비핵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운전자 석에 앉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북한은 6자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교착국면을 풀려는 전략인데, 그렇다고 확실히 전략을 6자회담으로 수정하려는 것은 아닌 듯하다”며 “북한은 6자회담을 당분간 협상 카드로 꺼내들면서 미국이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3차 회담이 성사돼 빅딜, 스몰딜 등 성과가 도출되면 올해 안에 북미 간 비핵화 교착국면도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보이나 그렇지 않을 경우 교착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관건은 결국 3차회담 성사 여부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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