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광석 원가상승에 조선업계와는 후판 협상난항, 판매부진 ‘겹악재’···사내 재경본부-영업본부 간 신경전까지
정의선 부회장 “품질 문제없다면 인도車강판 비중 높여도 된다”···핵심거래처인 현대·기아차와도 가격협상 우위 점하지 못해

/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이 대내외적 리스크로 몸살을 앓는 모습이다. 원가가 오른 상황에서 주요 매출원인 그룹 계열사들과의 자동차강판 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조선업계와의 후판협상에서도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히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오는 30일 1분기 잠정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투자업계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가량 뒷걸음 질 칠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 광산댐 붕괴사고로 철광석 시세가 30% 오른 상황에서, 판매부진까지 더해진 부분이 실적감소의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제철 내부에서도 이번 1분기 실적하락은 예견했다는 반응이다. 다만, 당초 예상치를 훨씬 밑도는 성적표를 받아들게 될 것으로 보여 여파가 크다는 전언이다. 이로 인해 부서 간 신경전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현대제철 관계자는 “재경본부에서 이달 초순께 영업본부에 올해 목표실적 달성계획을 재차 수립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영업본부에선 외부적 요인이 실적하락의 원인으로 분석되는 상황에서 실적감소에 대한 책임을 과도하게 영업 측에 전가하려는 인상을 받았는지, 재경본부를 향한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고 귀띔했다.

회사 안팎에선 실적개선을 위해선 가격상승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오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외적으론 조선업계와의 후판가격 협상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협상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어 하반기 후판협상 개시시즌을 코앞에 둔 현재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이 장기화 될 경우 하반기 협상과 병행해야 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대내적으론 현대제철의 핵심거래처인 그룹 내 완성차업체들과의 가격협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가 영업이익률 상승을 위해 원가절감 노력을 펼치고 있어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투자업계서도 현대제철의 실적개선을 위해선 자동차강판 가격인상이 절실하다고 조언하고 있으나, 실제 인상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최근 인도 출장길에 올랐던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발언도 완성차업체 계열사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지난 9일부터 인도를 방문한 정 수석부회장은 현대차 첸나이 1·2공장과 올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현재 시험가동 중인 기아차 아난타푸르 공장 등 주요 현지 생산라인들을 시찰했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수석부회장은 기아차 아난타푸르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현지 법인 관계자가 생산단가를 낮추는 차원에서 인도 자동차강판 비중을 늘릴 것을 건의한 데 대해 “제품 품질에 문제가 없는 선에서 그렇게 하라”며 이를 수용했다. 현장에는 해당 공장 준공에 발맞춰 ‘아난타푸르 스틸서비스센터(SSC)’를 증설한 현대제철 인도법인 관계자들도 참석했는데, 상당히 곤혹스러워 했다는 후문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단순히 특정공장 납품 수량이 줄어듦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향후 현대·기아차 등이 현대제철보다 저렴한 제품의 비중을 높일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자연히 그룹 내에서도 ‘을(乙)’의 입장인 현대제철이 가격협상 테이블에서 더욱 위축될 수 있는 요인인 셈이다.

각종 우려와 관련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국내 경기성장률이 떨어지면서 건설투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중국·베트남 등 저가제품 유입 등의 악재가 있다”면서 “이로 인해 1분기 전년대비 실적감소가 우려되며, 올해에도 건설용 봉·형강 제품이 다소 고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후판가격 협상과 관련해서도 “조선업계도 원자재 인상에 따라 후판 가격 인상요인이 있다는 점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업황 회복이 늦어짐에 따라 가격을 올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동차 강판과 관련해선 ”인도 SSC 증설 등에 힘입어 매출은 증가할 것”이라며 일각의 우려에 대해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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