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1~3위 영업이익·순이익 합쳐도 못 미쳐···에쓰오일 최대주주, 최근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도 확보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초봉은 1억5000만원 상당이다. 국가별로 처우가 상이한데, 한국의 경우 최고수준(G등급)이다. 복지도 파격적이다. 이 역시 개인별 차이가 있으나 개인별 인센티브가 지급되고, 자동차 구입비는 물론 주택을 구입·임대하는데도 별도의 지원금이 나온다.”

아람코에 취업해 독일과 영국 등에서 근무했다는 A씨는 이 같이 소개했다. 이 밖에도 자녀가 있을 경우 아람코가 운용하는 9년제 국제학교를 무료로 다닐 수 있다. 또 유학을 가게 될 경우 지역과 관계없이 최대 5명의 자녀에 한해 90%의 유학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는 혜택을 제공하는 아람코는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국영 정유·석유화학업체다. 아람코란 ‘아라비안-아메리칸 오일컴퍼니’(ARabian-AMerica oil COmpany)의 약자다. 사우디 초대국왕은 1933년 미국의 한 정유업체에 사막탐사권을 60년 간 부여했는데, 1938년 마침내 유전을 발견하게 되면서 사우디의 국운이 바뀌게 된다.

당초 아람코는 사우디 왕실과 미국업체 간 합작회사였다. 그러다 1980년 사우디 정부가 셰브런 등이 보유했던 아람코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고, 오늘날까지 국영기업으로 남았다. 국영기업으로 전환되면서 ‘사우디-아람코’를 공식사명으로 채택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는 여전히 ‘아람코’로 통칭된다.

최근 아람코가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을 위해 투자설명서를 발간했는데, 이를 통해 실적 일부가 사상 처음으로 공개됐다. 작년 한 해 2240억달러, 우리돈 254조원의 영업이익을 실현했다. 세계 1위 애플(818억달러), 2위 삼성전자(776억달러), 3위 로열더치쉘(533억달러) 등의 영업이익을 더한 것보다 높은 수치다. 순이익은 1110억달러(약 126조원)였다.

세계를 놀라게 한 수익규모에 채권발행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일각에선 아람코가 실적 일부를 고의로 ‘흘렸다’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향후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통해 발행주식의 5%를 시장에 내놓겠다는 방침인데, 지분 5%의 가치를 아람코는 2조원가량으로 추산한 반면 투자업계서 1조원으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단편적인 실적공개를 넘어 향후 IPO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복안이 깔려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실적과 더불어 그간 공개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아람코가 독점으로 채굴하는 사우디의 원유 매장량이다. 아람코는 미국의 엑슨모빌의 2배 수준의 연산채굴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채굴량과 관련해선 기밀로 부친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시장가격을 하락을 막고, 향후 다른 지역의 원유고갈을 대비한 조절로 풀이한다.

아람코는 국내 시장에도 진출한 상태다. 네덜란드 자회사 오버씨즈를 통해 IMF 외환위기 당시 쌍용정유(에쓰오일 전신)를 인수했다. 이후 사명을 바꾼 에쓰오일은 지난해 국내에서 직원평균급여가 가장 높은 기업으로 조사된 바 있다. 최근엔 현대중공업그룹과의 전략적 투자를 감행하며, 1조4000억원에 현대오일뱅크 지분 17%를 확보하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 대표직이 아람코 부장급이 오는 자리며, 임원직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테스트 성격이 짙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며 “우리 중공업·건설 업체들이 수주하고자 하는 각종 대규모 플랜트사업의 발주처이자 주요 정유사의 대주주로 자리매김 하는 등 국내에서도 그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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