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KBA 지난해 100만대 벤츠 차량 불법SW 장착 발견해 리콜···벤츠는 고의 조작 아닌 결함이라고 주장
슈피겔 등 외신 따르면 기존 밝혀진 불법SW 외에 추가 불법SW 은폐 의혹도

BMW, 벤츠, 포르쉐 등 3개 수입사가 배출가스와 소음 관련 부품을 변경하고 추가 인증없이 판매를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 = 조현경 디자이너

메르세데스-벤츠의 모회사 다임러의 새로운 배출가스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벤츠가 배출가스 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제기된 추가 의혹이다. 독일연방교통청(KBA)은 해당 사안에 대해 청문 절차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대량의 추가 리콜 가능성도 떠오른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독일의 빌트 암 존탁(BamS)과 슈피겔 등 보도에 따르면, KBA는 벤츠의 새로운 배출가스 조작과 관련된 불법 소프트웨어(SW)를 발견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지난 2012~2015년 생산된 메르세데츠 벤츠 GLK 220 CDI 모델 약 6만대가 대상이다.

지난해로 시간을 되돌려 사건을 종합해보면, 벤츠가 5가지 불법 SW(소프트웨어)를 장착했다는 사실이 지난해 초 처음으로 드러났다. 비토, C클래스, E클래스, S클래스, GLC, GLE, GLS 등 약 100만대에 달하는 차량이 해당됐으며, KBA는 불법SW가 장착된 차량에 리콜 명령을 내렸다. 국내에도 2만8000여대가 유통됐다.

그러나 벤츠는 불법SW는 단순 결함일 뿐, 의도적 조작은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울러 독일 당국이 불법 조작으로 몰고 갈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는 중이다. KBA가 리콜명령 내린 차종들도 당초 벤츠의 SW업데이트 계획에 포함돼 있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다임러는 지난해 여름 독일에서 개최된 ‘디젤회담’ 직전 자체적으로 약 300만대 디젤차에 대한 SW 업데이트 계획을 밝혔다. 당시 다임러는 대기환경 개선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리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에 새롭게 드러나 조작 의혹은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 여부를 가르는 데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슈피겔 등 보도에 따르면 KBA 기술자들은 벤츠의 5가지 불법SW 업데이트 내용을 들여다보는 도중, 추가로 프로그램 설정이 바뀐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곧 벤츠가 몰래 기존 5가지 불법SW 외에 새로운 불법 SW조작을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번진 상태다.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추가 조작 의혹 역시 기존 조작 의심 내용들과 마찬가지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제한하는 식이다. 인증 실험 중에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기준치를 만족하지만,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기준치 이상의 질소산화물을 배출하는 것이다.

새로운 불법SW 적용된 차량은 약 6만대로 추정되지만, 앞으로 리콜 규모는 훨씬 커질 가능성도 떠오른다. GLK모델 외에도 새로운 불법 SW가 적용됐을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KBA의 조사가 벤츠의 고의성 여부를 가르는 데 중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벤츠가 떼쓰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된다. KBA도 지난해 불법SW 장착을 확인하고 리콜을 명령했는데, 단순 실수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미국에서도 벤츠의 배출가스 조작을 밝히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벤츠가 더 이상 발뺌하지 못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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