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규모 200억원대, 선두권 품목 순위 유지되는 보수적 경향 강해···일반약 마케팅 강점 가진 동국 전략에 관심, 출시 예정일은 미정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근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피임약 시장이 조명 받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동국제약이 사전피임약을 허가 받아 향후 관련 시장 안착 여부가 주목된다. 사후피임약과 마찬가지로 사전피임약도 기존 매출 상위권 품목들 순위가 유지되는 보수 성향이 강한 시장이어서 동국제약의 향후 전략에 관심이 집중된다. 

17일 관련업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동국제약은 지난달 중순 식약처로부터 사전피임약 ‘릴리애정’ 허가를 받았다. ‘데소게스트렐’이 주성분인 릴리애정은 스페인 제약사가 제조하는 품목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 없는 일반의약품이다. 동국제약은 릴리애정 출시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동국제약 관계자는 “수입품목이기 때문에 국내에 들어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사전피임약 시장 규모는 2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일반의약품 위주로 구성돼있다. 

시장 1위 품목은 바이엘코리아 ‘야즈’다. 이 제품은 다른 사전피임약과 달리 전문의약품인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126억55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어 알보젠코리아 머시론정이 2위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99억7500만원 판매고를 기록한 이 품목 주성분은 릴리애정과 동일한 ‘데소게스트렐’이다.

3위 품목은 동아제약 ‘마이보라’로 추정된다. 이 제품의 정확한 지난해 매출액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이보라는 지난 2017년 41억여원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 19억5600여만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파악돼 3위권 유지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이밖에 일동제약 에이리스와 바이엘 야스민, 광동제약 센스리베, 동아제약 멜리안, GC녹십자 디어미 등 품목들이 매출 상위권에 올라있다. 지난해 출시한 현대약품 보니타도 꾸준히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

특이사항은 기존 시장 선점 제품 강세가 이어지며 매출 상위권 품목 순위가 변동 없이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시장 경향은 사전피임약이나 사후피임약이 유사한 실정이다. 실제 시장 1위 품목인 야즈 매출을 보면 지난 2014년 73억1700만원, 2015년 86억5200만원, 2016년 100억3200만원, 2017년 108억1500만원 등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머시론정의 경우 일부 증감은 있었지만 매출액은 꾸준한 편이다. 지난 2014년에는 106억1800만원으로 100억원대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2015년에는 92억5900만원으로 떨어졌다. 이어 2016년 96억8400만원, 2017년 99억6300만원으로 증가한 후 지난해 100억원에 육박한 판매고를 기록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개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의 경우 처방 경향이 유지되는 사례가 많아 보수적이라 불리우는데, 피임약 시장 역시 전문약과 일반약 차이를 제외하면 기존 품목 특히 상위권 순위가 유지되는 독특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사후피임약 시장 역시 현대약품이 1위와 2위 품목을 갖고 있는 구도다.

이같은 특성에도 불구하고 동국제약의 사전피임약 시장 진입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그동안 일반약 시장에서 동국이 강점을 갖고 있고 영향력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동국제약 잇몸관리약 ‘인사돌’을 비롯, 식물성분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 구내염 치료제 ‘오라메디’ 등이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또 여성 갱년기 치료제 ‘훼라민큐’, 탈모 개선제 ‘판시딜’, 정맥순환 개선제 ‘센시아’ 등 각 부문별로 신시장을 개척해 차별화된 브랜드를 육성해왔다. 특히 지난 2017년 7월 출시된 먹는 치질치료제 ‘치센캡슐’은 지난해 43억원 매출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존 품목이 자리 잡고 있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피임약 시장은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다”며 “동국제약 외에도 일부 제약사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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