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트형 플립 LCD가 극강의 장점
자동초점 기능 없어 불편···초점 바뀔때마다 재촬영
70만원대로 가격대도 부담

소니의 최신 브이로그용 카메라 RX0 II를 한마디로 평가하면 셀카 촬영이 가능한 플립 LCD는 합격점, 자동 초점 부재는 불합격이다. RX0 II는 출시 전부터 플립 LCD로 브이로거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뚜렷했다. 

소니는 오는 15일 브이로그용 카메라 RX0 II를 출시한다. 카메라를 손에 들고 이동하면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브이로거를 겨냥한 제품이다. 브이로거는 주로 스마트폰을 촬영도구로 사용한다. 소니는 초소형 카메라로 이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소니 RX0 II를 받자마자 액션캠 대표주자인 고프로 히어로를 쏙 빼닮은 외모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고프로 히어로가 외부 활동에 적합한 느낌이라면 RX0 II는 앙증맞은 분위기가 압도적이었다. 그만큼 작고, 가볍고, 아기자기했다.

RX0 II는 가로 5.9cm, 세로 4.05cm, 폭 3.5cm의 초소형 사이즈에 무게가 132g밖에 나가지 않는다. 웬만한 스마트폰보다 가볍다. 손바닥으로 감쌀 수 있을 정도로 작아 휴대하기 편리하다. 그러나 그만큼 배터리 크기 한계로 사용시간도 짧아 잦은 충전과 배터리 교환이 필수였다.

소니의 RX0 II와 그립 겸 삼각대인 VCT-SGR1의 모습. / 사진=변소인
소니의 RX0 II와 그립 겸 삼각대인 VCT-SGR1의 모습. / 사진=변소인

브이로그용 카메라 RX0 II를 시시콜콜한 일상 영상 촬영에 초점을 두고 사용해 봤다. 소니 그립 겸 삼각대인 VCT-SGR1도 함께 사용했다. 손이 모자랄 때는 삼각대로 고정해 두고 촬영했다.

틸트형 플립 LCD는 사용 내내 유용했다. 그 작은 몸으로 날갯짓까지 하니 기특할 정도였다. 브이로그를 촬영하려면 셀피를 찍어야 할 일이 많은데 플립 LCD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 앵글을 맞출 수 있다. 버리는 영상도 줄어들었다.

한 달 여 전쯤 브이로그를 시작했다는 초보 유튜버 디애나씨는 RX0 II를 보자마자 작은 크기에 가장 먼저 반응했다. 애플 아이폰으로 촬영하는 그는 “스마트폰에 셀카봉까지 함께 들고 촬영하다보니 손목이 금방 아파온다”며 “아무래도 가벼운 카메라에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디애나씨는 플립 LCD를 보고 감탄했다. 셀피를 주로 촬영하는 디애나씨는 가격을 물어보며 갖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RX0 II에는 단점이 있다. 자동 초점 기능이 없다. 카메라를 음식에 가까이 갖다 대자 초점을 잃었다. 소니는 RX0 II 최소 초점 거리가 20cm로 단축돼 가까운 피사체를 촬영에 유리하다고 했다. 반면 RX0 II는 자동으로 초점이 맞춰지지 않아 피사체 거리가 바뀔 때마다 새로 초점을 맞추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립 겸 삼각대인 VCT-SGR1을 이용하면 RX0 II를 세워놓고 촬영할 수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그립 겸 삼각대인 VCT-SGR1을 이용하면 RX0 II를 세워놓고 촬영할 수 있다. 플립 LCD를 회전시켜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동영상과 촬영도 동시 지원이 되지 않았다. 영상을 찍으면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는데 아쉬운 부분이다. 영상을 찍을 때는 영상모드를, 사진을 찍을 때는 사진 모드를 따로 설정해야 했다. 간단한 버튼으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메뉴를 진입해서 설정을 변경해야 했기 때문에 영상 촬영을 중단하면서까지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았다.

고프로 히어로가 영상 촬영하면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점, 스마트폰이 동영상 촬영 시 사진 캡처가 동시에 가능한 점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그래선지 일주일 간 촬영한 결과물엔 초반에 설정 변경해서 찍은 사진 10장 정도가 전부였다.

화각 조정이 고정된 점도 단점이다. 고프로 히어로 최근 버전들은 리니어, 광각, 슈퍼뷰 등으로 화각을 변경할 수 있다. 피사체나 촬영 상황에 따라 화각을 변경한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최신 스마트폰도 플래그십 모델의 경우 3~4개의 후면 카메라 렌즈가 장착되는 추세다. 이런 추세와 비교할 때 RX0 II에서 화각 조정이 광각 1가지로 고정된 것은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경험이었다.

대신 RX0 II에는 자이즈(ZEISS) 테사 T* 24mm F4 광각 렌즈가 탑재됐다. 초소형 사이즈임에도 1인치 대형 이미지센서가 탑재됐다. 또 소니의 a7 시리즈와 동등한 성능의 최신 비온즈 X 이미지 프로세싱 엔진을 탑재해 피부 톤 표현을 포함한 우수한 색 재현력을 갖고 있다. 주간과 야간에 모두 촬영해 본 결과 플래그십 스마트폰보다 훨씬 우수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IP68 등급의 방수‧방진, 2m 높이의 낙하 충격 및 200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내구성을 가졌지만 귀여운 외형 탓에 고이고이 모시고 다녀 내구성을 경험할 일은 없었다. 휴가철 물놀이 계절이 다가오면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 특히 수중 촬영에도 180도 플립 LCD를 사용할 수 있어 그동안 수중 속 셀피 화면에 목말랐던 이들에게는 단비가 될 것 같다.

전작인 RX0과 비교했을 때 RX0 II는 여러 면에서 더 매력적이다. 우선 전작의 판매가는 99만9000원이었으나 RX0 II는 25만원 낮아진 74만9000원이다. 게다가 틸트형 플립 LCD를 포함해 동영상 기능이 강화됐다.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들을 고려하면 가격대는 다소 높은 편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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