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등 수도권 지역, 현금 최소 1억원 준비해야
대출규제로 중도금·잔금 마련 확보도 어려워
수도권 신혼부부 특별공급, 미달도 속출
“획일적인 규제보다 꼭 필요한 계층은 완화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신혼부부 청약비율을 2배로 늘렸지만 ‘신혼집’ 마련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울 등 인기지역의 경우 계약금 비중이 20%로 최소 1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여기에 대출규제가 더욱 강화되면서 중도금이나 잔금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사실상 이제 막 결혼한 젊은 신혼부부들이나 청년층은 부모들이 돈을 지원해주지 않는 이상 본인들 돈으로 서울 등 수도권 인기지역에 입성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놓였다.

2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에 공급하는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계약금 20%·중도금 60%·잔금 20%로 분양가 납부 방식을 정했다.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분양가는 평균 3.3㎡당 2400만원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청량리역 해링턴 플레이스의 경우 전용면적 84㎡의 경우 분양가가 8억원 중반대로 책정될 예정이다. 계약금은 1억6000만원 이상을 현금으로 보유해야 한다. 가장 면적이 작은 전용 59㎡도 최소 1억원은 준비 해야 청약에 도전할 수 있는 있다. 

신규 분양단지는 지난해까지 계약금 10%·중도금 60%·잔금 30%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정부의 대출규제로 중도금 대출(60%→40%)이 감소하면서 건설사들은 초기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계약금 규모를 늘렸다. 이에 지난해 말부터 신규 분양단지는 ‘20%·60%·20%’ 방식이 보편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현재 중도금 대출(신혼부부 기준)은 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인 가정에 5억 이하 집에 70%, 5억 초과 집에는 최대한도 3억까지 가능하다. 최근 공급되는 서울 신규 분양가는 5억~7억원선에 형성돼 있다. 전용 59㎡(5억3000만원)대 집을 분양 받는다면 계약금 1억600만원, 중도금 3억원, 잔금 1억400만원을 각각 치러야 한다. 당장 현금이 부족한 신혼부부들은 제2금융권까지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무주택자들의 대부분은 현금 유동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전세 세입자라 전세보증금에 자금이 묶여 있다. 대부분 현금이 생겨도 전세금을 상환하거나 빚을 갚는데 소요된다. 6월에 결혼을 앞둔 홍원기(32) 씨는 “결혼 초기 자본이 전세자금으로 들어가는 실정에서 계약금 1억원을 모으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며 “잔금대출까지 생각하면 제2금융권까지 손을 벌려야 하고 그렇다보면 이자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자금 부담이 커지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인기도 식는 분위기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서대문구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75가구 모집에 388명이 지원했다. 평균 경쟁률은 약 5.1 대 1이다. 전용 59㎡는 8가구 모집에 161명이 몰려 20.1 대 1의 두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84㎡는 62가구 모집에 145명이 지원해 2.3 대 1에 그쳤다. 84㎡C 유형은 13가구 모집에 15명이 지원해 간신히 미달을 피했다.

같은 날 공급한 경기 안양 ‘평촌 래미안푸르지오’에서는 미달도 나왔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109가구 모집에 223명이 지원해 약 2 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 84㎡A는 10가구 모집에 5명만 청약해 미달했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대출규제보다는 꼭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위한 대출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올 2분기부터 제2금융권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해 젊은 신혼부부들이나 청년들은 자금 마련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며 “꼭 필요한 계층들이 집을 마련하고 안정적 거주권을 확보하는 방안은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통상 선진국에서는 대출규제를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처럼 특정지역의 집값을 관리하는 수단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며 “정부에서 집값에 대한 부담으로 대출규제를 강하게 하는 심정은 공감이 가지만 이 과정에서 청년층과 서민층의 자산축적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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