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후 첫 주총···의결권 행사 범위에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예의주시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범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화학업계서도 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주식시장에서 주요 기관투자자이 단순 투자자에 머물지 않고 자금을 위탁한 고객 등에 면밀히 보고함과 동시에, 이들의 의사를 종합해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하는 것을 일컫는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및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화학업계에서는 오는 15일 LG화학을 시작으로 26일 한화케미칼, 27일 롯데케미칼, 29일 금호석유화학 등의 주총이 예정돼 있다. 특히, 이들 회사 중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곳은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이다.

이들은 그룹 오너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번 주총에서 롯데케미칼과 금호석유화학은 각각 신 회장과 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공교롭게도 두 회장 모두 지난해 유죄를 선고받은 전례가 있어 국민연금의 표심에 관심이 모아진다.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15년 째 이어오고 있는 신동빈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바 있다.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 회장은 지난해 2월 유죄가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이후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공여는 인정되지만 수뢰자의 강요가 있었다”고 판단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항소심을 통해 출소하게 됐지만 결과적으로 유죄를 확정한 셈이다. 

박찬구 회장도 비슷한 처지다. 박 회장은 2008년부터 2011년 사이 계열사 금호피앤비화학의 법인자금 107억여원을 아들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에 낮은 이율로 빌려줘 회사에 약 32억원의 손해를 끼쳐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12월 대법원은 박 회장에 대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사 선임 과정에서 기업가치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후보에 대해 반대의사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특정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에 대해 언급하기는 곤란하다”면서도 “(국민연금의 방향성이 담긴)지침에 따를 것이다”고 언급했다.

국민연금의 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각각 9.08%, 8.45%다. 두 기업의 직접적인 우호지분율이 53.55%, 24.70%임을 감안하면 임명을 좌지우지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 다만,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전체 주주의 99.93%에 해당하는 1만8291명의 주주가 보유한 지분율이 46.17%에 달해 이들의 권리행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경우 이곳 외에도 롯데지주,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의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며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건설, 캐논코리아비즈니스솔루션 등의 사내이사를 겸직 중이다”면서 “국민연금이 지침을 통해 과도한 겸임에 대해서도 반대의사를 피력할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박찬구 회장은 우호지분이 다소 부족해 보인다는 점 외에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낮은 배당성향을 보여 주주들 사이에서 반감이 큰데 국민연금의 결정이 이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며 “이 부분은 단순히 이번 주총을 떠나 차기 주총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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