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KDI 경제동향’ 발표···“반도체·석유류 등 주요 품목 부진 영향으로 수출 하락세”
설·명절 효과로 소매판매액 일시적 증가···투자·수출 부진은 심화
설비·건설투자 부분 감소폭 확대···선행지표 둔화 추세 지속될 전망

지난 1월28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28일 오후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째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우리 경제의 중심인 수출과 투자가 부진하는 모습을 보여 경기 둔화가 심해졌다고 평가했다.

KDI는 11일 ‘KDI 경제 동향 3월호’를 통해 “최근 우리 경제는 투자와 수출의 부진을 중심으로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이번 달까지 5개월 연속 경제 상황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해는 경기 둔화를 ‘다소’, ‘점진적’이라고 수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경기가 둔화되는 모습을 지속하고 있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1월에는 내수와 수출, 2월에는 생산과 수요 부분에서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KDI는 경기동향 3월호에서 투자·수출·생산·고용 등 4가지 지표에 우려를 보였다.

우선 투자와 수출에 대해서는 “부진이 심화했다”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감소폭이 확대한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도 투자의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 2월 수출에 대해 KDI는 “반도체, 석유류 등 주요 품목의 수출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월 수출은 지난해 대비 11.1% 줄어 두 자리 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반도체(-24.8%), 석유화학(-14.3%), 석유제품(-14.0%) 등 주요 품목이 큰 폭 하락했다. KDI는 주요 품목 부진에는 수출 가격 하락도 상당 부분 기여했으며 세계교역량 감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 하락 등 대외 여건이 지속해서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투자 지표도 1년 가까이 둔화세를 보이면서 감소 폭이 확대됐다. 기계류(-21.4%) 등을 중심으로 1월 설비투자지수가 16.6% 떨어지며 전월(-14.9%)보다 감소 폭이 커졌고, 같은 기간 건설기성 역시 건출(-12.2%)과 토목(-10.5%) 모두 부진이 심화되며 전월(-9.1%)에 이어 11.8% 감소했다.

KDI는 수요 부진이 생산 등 다른 지표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KDI는 “수요 측면의 경기가 반영되면서 광공업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생산 측면의 경기도 둔화하는 모습”이라며 “광공업생산은 반도체 등 주력 품목의 증가세가 둔화하면서 증가 폭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고 건설업 생산도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KDI는 “설 명절 등 일시적 요인으로 인해 소매판매액 증가폭은 확대됐지만 투자와 수출의 부진은 심화됐다”며 “설비투자와 건설투자 모두 감소폭이 확대된 가운데 관련 선행지표도 투자의 둔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제조업과 건설업 부문에서의 생산 부진은 고용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건설업(-1만9000명)과 제조업(-17만명)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면서 1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