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향한 높은 비판 여론···비난 화살 국회 향할 가능성
정부 ‘한유총 설립허가 취소’ 카드로 급한 불 껐지만···본질적 해결책 요구 목소리
여야, '책임공방' 시작···국회 정상화된 만큼 교육위 중심 논의 속도 붙을 듯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 입구에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부착한 시정명령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유치원 3법' 등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 연기 투쟁'에 나선 4일 오전 개학 연기 여부에 대해 무응답한 서울 도봉구의 한 유치원 입구에 서울북부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부착한 시정명령서가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부 사립유치원의 ‘개학연기 사태’가 일단락되면서 국회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이 보다 신속히 처리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사태의 본질적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국회를 중심으로 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 239곳의 유치원은 4일 유치원 3법 등의 철회를 요구하며 개학연기 투쟁에 참여했다. 앞서 한유총이 예고한 1533곳에는 못 미쳤지만, 투쟁에 참여한 유치원에 다니는 원생과 학부모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아이들을 인질로 잡는다’는 한유총을 향한 비판 여론이 높아졌다.

비판 여론이 높아지면서 서울시 교육청은 실제 개학연기가 이뤄진 만큼 한유총의 설립허가를 취소하기로 하고, 오는 5일 조희연 교육감이 이 내용을 직접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학연기 투쟁을 주도한 한유총의 행위는 ‘공익을 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한유총은 이날 오후 개학연기를 중단하기로 했다. 한유총은 이덕선 이사장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학부모들 염려를 더 초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소속 유치원) 자체 판단에 따라 내일부터 개학해달라”고 밝혔다.

한유총의 ‘개학연기 중단’ 결정으로 당장의 ‘보육대란’은 불식됐지만, 사립유치원 사태의 본질적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 만큼 사립유치원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 눈은 국회로 재차 쏠리고 있다.

‘유치원 3법’은 사립학교법 개정안, 유아교육법 개정안, 학교급식법 개정안 등으로 사립유치원의 회계처리방식, 학부모 부담금 유용 시 형사처벌 등이 핵심쟁점이다. 앞서 여야는 이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한 바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기는 했지만 여야가 핵심쟁점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국회에서는 추가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사립유치원 지원금을 국가관리로 일원화하고, 지원금(교비)의 ‘교육목적 외 사용’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바른미래당도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 도입, 교육비의 단일 회계 운영, 누리과정 지원금 체계의 현행 유지, 유치원 회계의 교육목적 외 사용에 대한 벌칙조항 마련 등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학부모부담금’ 등은 사적부분으로 정부지원금과 차이를 둬야 하는 만큼 회계처리를 이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비의 교육목적 외 사용’에 대한 형사처벌도 지나친 규제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여전한 입장차 속에서 올해 들어 국회 자체가 파행을 겪게 되면서, ‘유치원 3법’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던 상황이었다. 정치권에서 ‘유치원 3법’이 패스트트랙 최장기간인 330일을 다 채우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였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 상임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90일, 본회의 60일 등을 머물고, 총 330일이 지나게 되면 본회의에 자동상정된다. ‘유치원 3법’의 경우 오는 11월 22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하지만 이번 ‘개학연기 사태’로 분위기는 급반전되고 있다. 한유총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고, 비난의 화살이 국회를 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회에서 사립유치원 문제를 마무리 지었다면 이번 사태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미 흘러나오고 있다.

이를 인식한 듯 여야는 ‘유치원 3법’ 패스트트랙 지정에 대한 책임공방을 시작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이 지나치게 한유총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당은 왜 국민들이 한유총을 ‘자유한유총’이라고 부르는지 되새겨보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또한 민주당은 ‘에듀파인 도입’에 대해서는 한국당도 수용한 만큼 논의를 미룰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당은 대화를 거부하고 패스트트랙이라는 ‘악수(惡手)’를 택한 것은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라고 지적했다. 김한표 한국당 의원은 “(패스트 트랙 지정은) 국민에게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시도한 것”이라며 “논의를 지속하지 못한 상황을 만들어 놓고 다른 일방에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의 의미 없는 책임공방도 시작되기는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치원 3법’ 논의에 속도가 붙고, 처리 시점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패스트트랙 상정 안건은 여야의 합의가 있을 시 자동상정 이전에 처리가 가능하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게 되면서 올해 하반기까지 논의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금 ‘유치원 3법’이 수면 위로 오르면서 상반기 내에 처리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도 정상화된 만큼 정국의 주요 이슈로 논의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의 원성이 더욱 높아지기 전에 신속한 처리가 가능하도록 논의의 장이 열리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한국당 관계자도 “지금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유치원 3법’을 그대로 처리하기는 어렵겠지만, 교육위를 중심으로 한 여야 간 관련 논의는 시작될 것”이라며 “핵심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규제의 정도인데, 정부의 향후 방침 등을 고려해 절충점을 찾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4일 오후 경북 포항교육지원청 앞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포항지회 회원 30여명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도한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 오후 경북 포항교육지원청 앞에서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포항지회 회원 30여명이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주도한 사립유치원 개학 연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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