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속했더라도 프리랜서 형태 근무 아니라면 ‘근로자’···車공유, 배달대행 등 피해 사례 만연
“정부와 국회가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모르는 것 아니냐” 지적···뒤늦게 실태 조사 착수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플랫폼 사업이 일상에 침투했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 대리운전 플랫폼에서 운전기사로 일하고 있는 김아무개씨(38)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벽에 일을 하고도 통장엔 기본 시급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김씨는 업체에 따졌지만 사측은 현행 근로기준법을 언급하며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야간 수당 등은 못 받는다”고 통보했다.

# 배달대행업체에서 배달원으로 일하고 있는 윤아무개씨(29)는 급하게 배달을 하다 눈길에 미끄러졌다. 윤씨는 배달대행업체에 보험 관련 문의를 했으나, 업체는 “개인사업자는 산업재해 보험 대상자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윤씨는 치료 비용을 홀로 부담했다.

타다, 배달의 민족 등 앱을 이용한 플랫폼 사업이 일상에 침투했지만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엔 플랫폼 노동자를 다루는 내용이 없어 이들은 일을 하고도 어떤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 ‘플랫폼 노동자는 왜 근로자가 아닐까?’

플랫폼 노동은 앱,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 플랫폼을 통해 노동력이 거래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없던 노동 형태다. 현행 근로기준법엔 플랫폼 노동을 다루는 내용이 없다.

관련 법이 신설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은 여·야 갈등으로 진전이 없다. 지난해 11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에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임시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 반발과 야당의 반대 때문이다. 일각에선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정부와 국회가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모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불거진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1일에야 플랫폼 노동 종사자에 대한 개념 정립, 노동법적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 역시 실태를 조사 중이지만 관계자들은 오는 4월이 지나야 조사가 끝날 것으로 전망한다.

◇ 플랫폼에 속한 노동자라도 실제 근무 형태 따져봐야

위에서 언급한 플랫폼 노동자는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형태로 사용자의 지휘·감독 없이 근무하는 경우를 말한다. 만일 프리랜서 혹은 개인사업자 형식으로 근무하지 않는다면 현행법에서도 계약서 내용과는 상관없이 근로자로 인정받는다.

정승균 법률사무소 새날 노무사는 “계약 형태와는 상관없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근로자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복무(인사) 규정 등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 등을 지정하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건종 서울고용노동청 노무사도 “플랫폼에 속해 프리랜서로 불린다고 해도 실제 근무 형태가 근로자라면 근로자로 인정받는다”며 “근무 형태를 두고 법원과 노동청이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기준과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래는 법원과 노동청이 반복적으로 제시하는 기준이다.

1.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는가.

2.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의 적용을 받는가.

3.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가.

4.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노무제공자가 이에 구속받는가.

5. 노무제공자가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는가.

6.  노무제공자 이윤 창출, 손실 초래 등에 스스로 책임지는가.

7.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가.

8.  근로제공 관계가 계속적이고, 전속성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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