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행사직전 가격 올린 대형마트들 과장 광고 시정명령
법원은 행사직전 가격을 '종전거래가격'으로 봐 시정명령 취소
대법원과 다른 판단에 유통업계 "가격정책 혼란 가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형마트의 대표적인 가격 할인 정책인 ‘1+1’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대형마트가 가격정보를 왜곡시켜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를 방해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법원이 거꾸로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대형마트의 ‘꼼수’ 가격정책에 소비자들이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2부는 지난 9일 홈플러스와 홈플러스스토어즈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11월 홈플러스·홈플러스스토어즈와 롯데쇼핑, 이마트 등 대형마트가 각종 할인 행사를 하면서 거짓·과장 광고를 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을 부과했다. 상품 하나를 살 때 덤으로 주는 ‘1+1’이, 겉으로는 가격이 할인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가격정보를 왜곡한 꼼수에 해당한다는 이유였다.

대형마트들은 즉각 불복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지난해 롯데쇼핑과 이마트 등의 1+1 행사를 과장광고라고 최종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홈플러스의 심리를 맡은 법원은 다른 결론을 내렸다. 홈플러스의 ‘1+1’을 정당한 가격정책 본 것이다.

홈플러스의 심리를 맡은 법원과 공정위의 판단이 갈린 부분은 바로 ‘종전거래가격’이었다. 공정위는 대형마트들이 ‘1+1’ 행사를 하기 직전에 가격을 올려 마치 하나의 가격으로 두 개를 준 것처럼 속였다고 봤다.

실제 공정위가 당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경우 칫솔(4입 세트) 가격은 행사 약 3주 전에 4450원, 2주 전은 8990원, 행사 직적인 1주 전은 9900원으로 올랐다. 홈플러스는 할인행사를 시작하면서 이 칫솔세트를 9900원에 하나를 덤으로 주는 ‘1+1’를 진행했다. 만약 소비자가 3주 전에 이 칫솔 세트를 샀다면 2개에 9900원 살 수 있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가 가장 낮게 팔았던 4450원을 종전거래가격으로 봤다.

그러나 법원은 “종전거래가격은 광고 전 근접한 기간에 실제 판매한 가격으로 인식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공정위의 과장광고 판단을 인정하지 않았다. 9900원을 종전거래가격으로 본 것이다. 재판부는 공정위 기준처럼 해석할 경우 사업자들이 상당한 기간 동안 가격을 유지하지 않고는 광고를 할 수 없게 돼 가격책정의 자율권까지 침해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의 이 같은 판단에 일부 소비자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행사직전의 가격을 종전거래가격으로 인식한 재판부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소비자들은 평소에 사는 가격을 실제가격으로 인식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마트들이 가격을 2배로 만들어놓고 ‘1+1’ 등의 행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앞서 이마트와 다르게 나온 이번 판단이 유통업계의 가격정책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격정책은 유통사업자에게 무기와도 같다. 재고의 양에 따라,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게 가격이다. 법원의 서로다른 판단으로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가격꼼수에 소비자들이 무방비로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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