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도입 앞두고 자본확충 필요 커지자 보험사 인수 매력 낮아져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 따른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부담

국내 은행지주들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을 진행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후 추가 자본확충, 금융당국과의 마찰 등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광화문 근처의 은행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국내 금융지주들이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인수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보험업계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 후 추가 자본확충, 금융당국과의 마찰 등이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사진은 광화문 근처의 은행 ATM 모습. / 사진=연합뉴스

“보험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이다. 또 생보업계가 올해 금융당국과 전면 대치하는 분위기다. 업계가 불황인데다 여러 부정적 요인이 발생해 보험사 인수합병(M&A)을 중장기적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복수 금융지주 관계자의 말이다. 업계에 보험사 M&A 매물이 나와 있지만 매물에 대한 반응이 미지근하다는 설명이다. 2022년 도입되는 IFRS17로 인해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로 올해 금융감독원이 생보사에 과소지급액에 대한 지급 권고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종합검사도 예상된다. 보험사 M&A 시장이 당분간 활기를 띠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은 이유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보험업권에 나온 보험사 매물은 롯데손해보험이다. 하지만 인수 참여로 가장 유력해 보였던 BNK금융지주가 인수에 불참을 선언하면서 보험사 인수 신중론이 업계에 퍼지고 있다. 

롯데손보는 작년 3분기말 기준 618억원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8.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손보업계의 당기순이익은 2조91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39억원(17.6%) 감소했다. 업계 불황에도 롯데손보가 영업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흑자를 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롯데손보 영업력을 흡수하면 BNK금융이 보험 관련 비은행 부문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BNK금융은 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 등을 이유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해 3분기말 기준 롯데손보의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은 157.6%를 기록했다. 금감원 권고기준(150%)을 겨우 넘겼다. 롯데손보의 RBC비율은 IFRS17이 도입되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인수 회사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금융지주도 비은행 계열사를 확충해야 하지만 보험사 인수에 대해선 올해 당장 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일찌감치 롯데손보 입찰에 관심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규모가 있는 보험사 등에 대한 M&A는 중장기적을 봐야 할 사안”이라며 “IFRS17이 도입되면 보험사는 계속 자금을 쌓아야 하는 구조다. 당장 인수해서 자본을 투여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작년 9월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작년 9월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보험사 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생보사 M&A도 쉽지 않다는 것이 금융권의 반응이다. 작년 생보업계에는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가 터졌다. 금감원은 과소지급액을 고객에게 지급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생보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법원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이에 금감원은 보험 담당 부원장보에 이성재 전 여신금융검사국장을 임명했다. 이 부원장보는 2년 전 생보업계에 문제가 됐던 자살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해결한 인물로 업계에선 ‘저승사자’로 불린다. 이에 금융권은 금감원이 즉시연금 미지급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생보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본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즉시연금 사태가 커지고 있는데 생보사를 인수한다는 것은 금감원에 대한 부담까지 떠안는 격”이라며 "지금은 생보사 인수를 할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이 금융권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가 작년 9월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결정한 것처럼 M&A가 인수하려는 회사의 경영 전략에 따라 달라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융지주의 보험 부문에 수익 강화가 필요할 경우 M&A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를 완료하면 총자산과 순이익 규모가 늘어 KB금융에 내준 리딩금융그룹 자리를 되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자산규모와 영업력, 인수가격, 업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M&A로 인한 이익이 크다면 M&A가 성사되는 것”이라며 “비은행 사업 부문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금융사들이 많다. 보험사 매물이 나올 때마다 인수 회사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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