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건보공단, 연구 결과 토대 개편안 협의···10% 상한선 폐지 여부 주목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사용량약가연동제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어 제약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사용량약가연동제의 10% 상한선이 폐지될 경우, 제약업계에 미치는 파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량약가연동제란 보험등재 당시 추계된 예상 사용량보다 청구량이 늘거나 전년보다 일정부분 청구량이 늘면 약가를 인하하는 제도를 지칭한다. 

25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말 완성된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의 사용량약가연동제 연구 결과를 토대로 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시 연구 명칭은 ‘합리적 약품비 관리를 위한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 개선 연구’였다. 건보연구원에 소속된 이혜재, 이지혜, 강신우, 조자현 등 연구원 4명이 수행했다. 건보공단 담당 부서는 약가사후관리부 1팀이다. 김형민 팀장이 총괄하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현재 복지부와 사용량약가연동제 개편안을 논의하고 있는 상태”라고 언급했다. 

복지부도 개편안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용량약가연동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계속 검토되고 있다”며 “지난 2016년 제도개선협의체에서도 건보공단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이번 건보연구원 연구 결과의 골자는 사용량약가연동제의 10% 상한선 폐지 여부로 분석된다. 그동안 정부는 약제의 청구량이 늘더라도 최대 약가인하폭을 10%로 규정해왔다.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최대 인하 폭을 정해놓았기 때문에 유리한 조항으로 판단해왔다.

반면, 정부는 그동안 이 10% 상한선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이번 연구원의 연구도 이같은 흐름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판단된다. 모 제약사 임원은 “정부 입장에서야 청구량에 따라 약가인하 폭을 10%보다 더 크게 할 수 있도록 개정해서 약품비를 절감하려는 차원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최근 약가재평가 시스템을 통해 특허가 만료되기 전이라 하더라도 증가비와 청구액이 크면 최대 50%까지 약가를 인하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에 복지부 입장에서는 약가인하 상한선인 10% 폐지에 대한 타당성을 건보연구원의 연구 결과로 이미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각 사례별 시나리오를 통해 특히 약품비 절감을 위해 10% 폐지가 급하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정업계가 아닌 국민 전체 이익을 위해 약품비 절감이 복지부 정책을 최종 결정하는 주요 인자가 되는 것이다. 

반면 제약업계 입장에서는 최근 제네릭(복제약) 품목 약가인하가 광범위하게 검토되는 상황에서 사용량약가연동제 상한선까지 폐지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는 논리를 내놓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도 취지와 내용을 들여다보면 연구개발을 통해 환자들을 위한 좋은 약을 만들어 홍보하고 마케팅을 잘해 블록버스터를 만들면 해당 약제 약가가 인하되는 불이익을 받는 구조”라며 “똑똑한 초등학생도 이해하지 못할 말도 안 되는 제도”라고 비판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약가인하가 되지 않을 정도만 해당 약제 매출을 올려야 하는데 인위적 조치로 매출을 조정할 수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모 제약사 직원은 “연구 결과 보고서처럼 한국 약가정책을 특정 국가와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대개 논문이나 보고서는 외국 사례를 습관처럼 넣는데 이같은 내용에 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복수의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복지부 장관도 제약사를 방문해 약속했지만 정부는 항상 규제는 규제대로 산업 육성은 육성 차원에서 별도로 생각한다”며 “이제는 규제와 산업 육성을 종합해서 큰 틀 내에서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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