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월별 고용률 평균 42~43%대 그쳐
취준생 월 평균 21만원 취업 준비에 사용
‘취업 준비생들’ 위한 지원 제도 마련 지적도

취업 준비생들이 심각한 취업난에도 상반기 공채 준비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취업 준비생들이 심각한 취업난에도 상반기 공채 준비를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 그래픽=셔터스톡

한 해가 마무리되면서 공채 시즌도 막을 내렸다.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은 추운 겨울에도 취업 준비에 열을 올리면서도 자격증 취득 등 취업 준비 비용을 벌기 위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심각한 취업난에도 상반기 공채 시즌을 대비하기 위해선 기업들이 요구하는 사항에 맞춰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의 월별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7월 43.6%(전년 동월 대비 0.2%p 상승) ▲8월 42.9%(전년 동월 대비 0.2%p 상승) ▲9월 42.9%(전년 동월 대비 0.7%p 상승) ▲10월 42.9%(전년 동월 대비 1.1%p 상승) ▲11월 43.2%(전년 동월 대비 1.7%p 상승)를 각각 기록했다.

월별 고용률은 전월 대비 대부분 상승했지만, 평균 42~43%대에 머물렀다. 월별 고용률 상승폭도 미미했다. 이는 취준생들이 여전히 취업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취준생들이 취업난과 더불어 취업 준비 비용 마련을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로 생활비, 각종 어학 응시료비 등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인크루트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취준생들은 월 평균 21만원을 지출하고 있다. 한 시즌 공채 준비를 위해 취준생들은 각 기업의 인성 및 적성 검사용 책을 구입해야 하고 각종 어학 시험에도 응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료=통계청, 취업포털 인크루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취업 준비생들이 첫 취업까지 걸린 시간과 취업 준비에 사용되는 비용 추이 표. /자료=통계청, 취업포털 인크루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상황이 이러하자 취준생들 사이에선 무전무업(無錢無業)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돈이 없으면 취업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취준생들은 각종 자격증 취득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기업이 입사 공고에서 어학점수, 자격증 등을 필수 요건처럼 내걸고 있어서다.

취업준비생 박아무개씨(27)는 “얼마전 기업 인성 및 적성 검사용 책을 구입하느라 30만원가량을 지출했다”면서 “기업별로 1권 당 2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여러 기업의 입사 시험을 준비하다보면 가격이 배가 돼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박씨는 “토익(toeic·영어 시험) 접수료가 5만원 정도인데 보통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2~3회씩 응시하다 보면 응시료만 20만원 정도가 된다”며 “자격증은 만료기한이 있어서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재시험을 봐야해 비용이 추가로 더 들게 된다”고 말했다.

미용 디자이너를 준비 중인 이아무개씨(26)는 자격증 재료비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이씨는 “미용사가 되기 위해선 미용기술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데 시험용 재료비만 30만원 정도다. 준비 비용은 더 든다”며 “취업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틈틈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는데 일과 시험 준비를 병행하기는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취업성공패키지’ 제도를 신청한 고졸, 대졸 미취업자 또는 재학생,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대학 마지막 학기 재학생을 대상으로 3개월 간 월 30만원의 구직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추가로 마련했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졸업 후 2년 이내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 동안 취업준비에 필요한 금액(최대 300만원)을 지원해 주는 제도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세~34세 청년 중 학교를 졸업 또는 중퇴한 지 2년 이내의 중위소득 120%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다만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취업성공패키지와 중복 수령이 불가능하다.

고용노동부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구직활동을 하는 청년들에게 금전적 혜택을 늘려주기 위해 약 8만명을 지원 대상으로 기준을 잡고 1582억원의 예산을 책정한 상태”라면서 “올해 3월부터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 교수는 “취업 준비를 위해 사용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비교적 빠르게 취업이 되면 다행이지만 취업준비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이 많은 빚을 감당하게 된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취준생들이 취업 준비 계획서를 정부 기관에 제출하면 취업 준비에 필요한 일정한 돈을 빌려주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대부분의 제도가 ‘취업 후’로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준비하는 청년들을 위한 제도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국가에서 예산을 만들거나 기업별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취업 준비생들을 돕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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