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우울증 환자 자해·자살 비해 비중 낮다” 지적…꾸준한 치료 필요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 모습. /사진=연합뉴스
고(故)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 모습. / 사진=연합뉴스

최근 논란이 된 의사 사망사건의 피의자가 조울증 환자로 알려지며 조울증에 대한 일반인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증 상태 조울증 환자가 다른 사람들이 본인을 방해한다고 인식하는 경우 공격성을 띠게 된다고 지적한다. 다만 타인 공격은 우울증 환자 중 자해나 자살을 하는 비중에 비하면 낮다.

지난달 31일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진료 도중 조울증을 앓고 있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조울증은 기분이 지나치게 들뜨는 조증과 기분이 지나치게 가라앉는 우울증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정신건강의학과는 ‘양극성 장애’라는 병명으로 조울증을 지칭한다. 조증과 우울증의 양 극단 사이에서 기분이 변화하는 특징적 증상 때문이다. 이같은 기분 변화는 수시간, 수주 또는 수개월간 지속되기도 한다.

실제 조울증 증상은 조증과 우울증으로 구분된다. 조증 상태 주요 증상을 보면 △신체적 행동뿐 아니라 정신적 활동도 활발해지며 에너지가 증가한다 △기분이 고조되고 과도하게 낙관적이며 자신감이 가득하다 △쉽게 짜증을 내며 공격적 행동을 보인다 등이다.

우울증 상태 주요 증상을 보면 △슬픔이 지속되거나 이유 없이 눈물이 난다 △짜증 또는 화를 내거나 걱정, 불안 증상이 나타난다 △죄책감이나 자신이 쓸모없다는 자책감에 빠진다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반복적으로 한다 등이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상태에서 타인에 대해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는 적고, 조증 상태에서 공격성이 나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증 상태가 처음 발병 시 환자 에너지가 고조돼있어 매사를 낙관적으로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본인을 방해한다고 환자가 인식하는 경우에는 조증 상태에서 공격성을 보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처럼 의료진이 환자로부터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 조증 환자에 대한 치료가 중요하다.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게 되면 조증 환자가 공격성을 보이는 경우는 줄어들게 된다.   

이동우 교수는 “조증 환자가 매사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다가 하루에 수백만원을 쓰는 등 과다소비를 하거나 몇억원을 투자하는 등 과다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울증의 우울증 상태 환자나 우울증 환자들 증상이나 양상은 엇비슷하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우울증 환자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공격보다는 자해나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자살 사례를 심층 연구한 해외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노인 자살의 70%가 우울증과 연결돼있다. 쉽게 설명하면 우울증은 타인이 아닌 자기를 향한 공격성을 보이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들 중 자해 비중은 조증 환자들 중 타인을 향한 공격을 보이는 경우에 비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우울증은 상대적으로 조증에 비해 유병률이 높은 편이다. 우울증 환자 수가 상대적으로 더 많다는 의미다. 통상 조증 환자가 전체 인구의 1% 정도로 추산된다. 우울증 환자는 3-4%로 추산된다. 우울증 환자가 조증 환자에 비해 3-4배 더 많은 것이다. 이명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홍보이사는 “우리나라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조증의 경우 평생 유병률은 1% 가량 되며, 1년 유병률은 0.3% 정도로 나왔다”고 밝혔다.  

조울증 치료방법에는 약물치료와 면담치료, 교육 및 사회적 지지 등이 있다. 대표적 방법인 약물치료를 보면 기분안정제나 항정신병 약물, 항불안제,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조증 환자들은 치료를 불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담당 정신과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가 치료계획을 세워 입원치료 등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한다. 

복수의 전문가는 “조울증 등 정신질환자가 꾸준히 치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면서 “우울증은 초기 완쾌율이 2개월 내 70-80%에 도달하고 있어 증상 발견 시 정신과 의사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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