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요 언론 北 신년사 중 ‘새로운 길’에 집중 보도…전문가들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언급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오른쪽) 모습. /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 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회담 당시 환담을 나누며 걷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외 높은 관심을 받았던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를 통해 직접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과 ‘완전한 비핵화’를 처음 공식 거론하면서 미국에게 제재와 압박을 지속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여 올해 한반도 정세 향방에 이목이 집중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는 미국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핵 폐기, 조치 등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피력하며 대북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를 미국에 요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도 언제든 또 다시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미국이 세계 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 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며 미국의 상응 조치를 촉구했다.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 발언 중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보인 점과 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완전한 비핵화’에 주목했다.

통일부는 2일 정례브리핑에서 “현 시점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대북제재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에 대해, 통일부는 “예단해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를 육성을 통해 대내적으로 처음 언급했다는 것, 비핵화 의지가 확실하고 그 다음에 북미관계 개선의 의지도 확실하다는 부분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그런 모멘텀이 계속 추동될 수 있도록 관계국과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차재원 정치평론가는 “김 위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을 기대한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대북제재 국면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길로 가겠다며 미국을 상당히 협박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점이 주목된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에게 압박하는 메시지를 건넨 것은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진척이 없는 상황에서 북한도 나름대로 다른 계획을 갖고 있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차 평론가는 “김정은 위원장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며 “북미 양국이 이른바 줄다리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양국의 접점을 조율하기 위해 물밑 접촉, 실무협상 차원에서 논의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 美 국무부 이례적으로 공식 논평 발표 거부

미국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 대한 공식 논평을 거부한 점이 눈길을 끈다. 미 국무부가 정치적인 발언을 자제한 데는 아직 미국 내부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본. /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캡처본. / 사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도, 실험하지도, 남들에게 전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제라도 만날 준비가 돼 있다”는 미국 PBS 보도를 인용하면서 “북한이 위대한 경제적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깨닫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발언은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한 첫 반응으로, 북미 간 비핵화 협상과 북미 관계 전반에 걸쳐 의미 있는 돌파구가 마련될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주요 외신은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대목에 집중했다.

미국 언론 워싱턴포스트(WP)는 2일 김 위원장이 대화 용의와 비핵화 진전을 위한 요구 사이에 균형을 맞췄다고 분석했다. WP는 “김 위원장이 한반도 비핵화를 논의하기 위해 언제라도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준비가 돼 있지만,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고 일방적인 양보를 요구한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같은 날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새로운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저항 의사를 동시에 내비쳤다고 밝혔다. WSJ는 “김 위원장은 북한이 여전히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과 새로운 정상회담을 갖길 희망하지만, 미국이 제재와 압박 작전을 계속할 경우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보도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북한의 신년사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비핵화 의지를 밝힌 것, 그리고 미국과의 대화 국면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라며 “미국 주요 외신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새로운 길’에 방점을 맞추면서 협박성 발언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만큼 미국은 당분간 기존 기조대로 북한을 압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지난해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대북 인도적 지원 등 어느 정도 대북제재 완화 조치를 취한 것에 상응조치인 북한의 비핵화 리스트를 기다리는 모양새”라면서 “미국 국무부가 논평을 사양한 것 자체가 결국 미국은 기존 기조대로 가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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