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활비·입법정책개발비 ‘쌈짓돈화’…영수증 이중제출·특경비 증빙 안 해 지침 위반 등 드러나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2018년이 막을 내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았던 올해는 유독 정책이슈들이 많았다. 북핵 위기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이뤄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국내외에서 가장 큰 이슈로 주목받았다. 경제 관련 정책 이슈도 유독 많았던 한해였다.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등 주요 정책 공약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담론이 격렬해진 가운데, 국민 체감도가 큰 노동·교육 관련 이슈를 둘러싸고도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시사저널e는 올 한해 국민적 관심이 가장 컸던 정책이슈 10가지를 되돌아보고 현재 상황과 향후 과제 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2018년에도 국회의원들의 갑질은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국민 세금인 국회 예산을 부정하게 사용한 사실이 곳곳에서 드러나 공분을 샀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특활비·입법정책개발비를 쌈짓돈처럼 썼다. 영수증 이중제출로 세금을 빼 쓰기도 했다. 특정업무경비는 증빙을 하지 않고 현금으로 써 정부 지침을 어겼다. 

◇ 특활비 ‘쌈짓돈화’

국민 세금인 국회 특수활동비가 취지에 맞지 않게 사용됐다. 각종 항목을 만들어 국회의원들 월급처럼 사용됐다. 특활비는 영수증을 증빙하지 않아도 된다. 어떤 관리나 통제도 받지 않아 세금이 낭비됐다.

지난 7월 참여연대는 2011∼2013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결의서 1296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2015년 참여연대가 제기한 국회 특수활동비 비공개 취소소송 결과다. 그동안 국회는 특활비 공개를 거부해왔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회 교섭단체 대표는 특수 활동을 실제로 했는지와 상관없이 매월 6000만원을 받아갔다. 상임위원장과 특별위원장도 위원회 활동과 관계없이 매월 600만원씩 가져갔다.

20대 국회에서도 특수활동비는 국회의원들의 쌈짓돈처럼 불투명하게 쓰였다. 지난 19일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는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의 특활비 지출 내용을 국회에서 받아 공개했다.

이 기간에도 특활비는 각 정당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특별위원장에게 정기적으로 배분돼 불투명하게 사용됐다.

이 기간 가장 많은 특활비를 수령한 국회의원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 총 2억6256만6790원을 받았다. 월평균 3750만원 받았다.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억8470만3450원 받았다.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 중에는 국회 운영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1억2680만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1억1990만원, 새누리당 원내행정실 관계자가 1억1066만6740원을 받아갔다.

실제 수령자가 나와 있지 않고 ‘농협은행(급여성경비)’으로 표시된 특활비 9억873만8290원도 있었다.

◇ 입법 및 정책개발비 ‘쌈짓돈화’

지난 10월 세금도둑잡아라는 정보공개청구와 소송으로 2016년 6월~2017년 5월까지의 국회의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지출 증빙 자료를 공개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151명 의원들이 발주한 338건의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이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일부 국회의원들은 소규모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연구용역비를 지급했다가 돌려받았다. 세금도둑잡아라는 이 경우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10월 24일 세금도둑잡아라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관련 소규모정책연구용역에서 비리 혐의가 나온 이은재(한국당), 백재현(민주당), 황주홍(민주평화당), 강석진(한국당) 의원을 고발하고 서청원(무소속) 의원에 대해 수사의뢰했다. 이들의 연구용역 과정에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가 돈을 다시 돌려받거나 보고서를 표절한 정황이 있었다. 실제로 연구용역을 수행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도 있었다.

이에 일부 국회의원들은 문제가 된 용역비를 반납했다. 이은재 의원 1167만원, 백재현 의원 3000만원, 황주홍 의원 1200만원, 강석진 의원 1150만원, 이개호 의원 300만원, 김광수 의원 200만원 등을 각각 자진 반납했다.

세금도둑잡아라는 지난 11월 20일 정책개발비 비리 혐의가 있는 의원들을 검찰에 추가 고발했다. 대상은 유동수, 곽대훈, 조경태, 경대수, 박덕흠, 안상수 의원이다.

그럼에도 국회는 지난 11월 쌈짓돈 정황이 드러난 ‘국회 입법및정책개발비가 지출된 정책연구용역보고서 및 정책자료집’ 본문을 숨기기로 결정했다. 관련 자료의 본문 공개를 요청한 이의신청을 기각한 것이다. 이 보고서 본문은 국회의원 추가 비리를 밝힐 핵심 자료다.

◇ 영수증 이중제출로 세금 16억원 빼 써


국회의원들의 예산 부정 사용은 또 있다. 20대 현역 국회의원 26명이 정책자료 발간 등 영수증을 국회사무처와 선거관리위원회에 중복 제출해 세금 약 16억원을 빼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공개한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는 이 행태가 ‘빙산의 일각’이라며 국회의장에게 18, 19대 의원을 포함한 전면적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정보공개소송으로 제공 받은 2016년 6월~2017년 12월까지 19개월 간 국회의원들 정책자료발간·홍보물유인비와 정책자료발송료 집행 내용을 선관위에 신고된 정치자금 지출 내용과 비교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결과 영수증 이중제출로 국회 예산을 빼돌린 의원은 26명, 금액은 1억5990여만원이었다.

시민단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영수증 이중제출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원내대표 홍영표 의원(1936만원), 기동민(1617만원), 유동수(1551만원), 우원식(1250만원), 이원욱(1085만원), 변재일(955만원), 김태년(729만원), 금태섭(527만원), 손혜원(471만원), 유은혜(352만원), 김병기(300만원), 김현권(147만원), 박용진(100만원), 임종성(14만원) 의원 등이었다.

자유한국당은 전희경(1300만원), 김석기(857만원), 안상수(537만원), 이은권(443만원), 최교일(365만원), 김재경(330만원), 이종구(212만원), 김정훈(130만원), 곽대훈(40만원) 의원이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310만원) 의원, 민주평화당 김광수(256만원)의원, 민중당 김종훈(169만원) 의원도 관련 영수증을 이중제출했다.

이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선관위는 이와 같은 영수증 이중제출 건의 경우 선관위나 국회사무처 중 한 곳에서 영수증 청구를 취소하도록 안내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정치자금법상 이러한 영수증 이중제출을 처벌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처벌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특정업무경비 증빙 안하고 현금 사용…지침 위반

국회가 국민 세금인 특정업무경비(특경비)를 증빙 없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현금으로 썼다. 이는 모두 정부지침 위반이다. 이에 특경비를 누가, 어떻게 쓴 건지, 공적 업무에 쓴 것인지 알 수 없다.

지난 19일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기자회견을 통해 20대 국회의 특경비와 특수활동비 집행내용을 공개했다. 이 자료들은 세금도둑잡아라 하승수 공동대표가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지난 14일 국회 사무처로부터 받았다.

하 대표가 공개한 특경비 집행내용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지출분이다. 이 가운데 입법 활동 지원, 입법 및 정책개발, 위원회 활동 지원, 예비금 등 4개 세부사업 분야다. 총 집행액은 27억8236만8710원, 집행건수 1146건이었다. 특경비란 각 기관의 수사, 감사, 예산, 조사 등 특정업무수행에 쓰이는 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지급하는 경비다.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정부구매카드 사용이 원칙이며 불가피한 경우 외에는 현금으로 지급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돼있다.

또 ‘개인에게 정액으로 지급하는 경우 이외의 경비는 사용내역에 대한 증빙을 첨부하여야 한다. 소액 및 영수증 첨부가 곤란해 증빙하기 어려운 지출의 경우에도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사유, 증빙서류 첨부가 곤란한 사유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지출내역을 기록하고 감독자가 확인, 관리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국회는 특경비의 98.7%를 지출증빙이 없이 썼다. 월정액으로 지급되는 것을 제외한 18억7442만원의 지출 중 영수증 등 지출증빙이 첨부된 지출액은 2473만원뿐이었다.

국회가 특경비를 현금으로 집행한 비율은 12억4087만원으로 지출액의 45%에 달했다.

국회의 증빙 없이 현금으로 사용한 특경비는 기재부 지침 뿐 아니라 감사원 감사결과도 위반했다. 2013년 감사원은 특정업무경비에 대해 증빙을 철저하게 붙이고, 불명확하게 지출내역을 관리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국회사무처에 주의조치 했다. 당시 국회사무처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도 이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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