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사는 IT 접목해 금융 혁신 중…국내 은행은 이자이익에 기대 소극적

김윤주 BCG(Boston Consulting Group) 파트너가 글로벌 은행의 디지털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이용우 기자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사보다 디지털 변화에 느리다는 지적이 나왔다. IT부문을 적극적으로 강화하는 미국 대형은행들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IT시스템 도입, IT인력 확보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원인은 국내 은행권이 이자이익 등 안전자산에만 안주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김윤주 BCG(Boston Consulting Group) 파트너는 서울 중구 명동 YWCA에서 열린 ‘디지털금융 환경 변화와 금융회사의 혁신과제’ 세미나에서 글로벌 은행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와 시사점을 발표했다. 김 파트너는 “국내 금융사들의 디지털금융 혁신은 글로벌 금융기업에 비하면 느린 상황”이라며 “이것이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이 이자이익과 예대마진이 높은데 디지털 금융 혁신이 왜 필요한가에 대해 질문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은 디지털금융으로 급변한다. 해외에서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익숙한 단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오픈API(애플리케이션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도입하면서 핀테크 기업과 협력해 금융생태계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글로벌 시장보다 늦게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픈API는 은행이 입·출금 이체, 거래내역 등의 정보를 개방하면 이를 핀테크 기업이 활용해 금융시스템과 상품 등을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김 파트너는 “디지털 변화는 단순히 인공지능 엔진 하나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조직 자체가 기술 기업처럼 디자인되고 다른 디지털 기업을 수용하는 등 전반적인 변화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JP모건은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전 직원에게 코딩을 가르치고 있고 골드만삭스는 신규채용 인력의 40% 이상을 IT기술 부문 인재로 채운다”라고 강조했다.

김 파트너는 “금융 규제가 완화될 경우 구글과 아마존 등 거대 기업들이 핀테크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가지고 이 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존 은행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오세경 건국대 교수도 이날 세미나에서 “향후 5년간 핀테크에 의해 가장 위협받을 분야가 예금은행”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핀테크 기업이 발전할수록 예금은행 외에 이체·결제업, 투자 및 자산관리, 중소기업 은행 등 기존 은행업이 위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교수는 “핀테크 등 신기술이 기존 금융사에 가져올 변화는 금융사와 중개기관에 대한 수요 감소, 금융업과 비금융업의 경계 및 서비스의 국가 간 경계 약화”라며 “모바일 기술을 활용한 금융서비스에서 구글, 애플 등 글로벌 IT기업이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지급결제, 송금을 등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런 중에 최근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은 글로벌 금융사보다 더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해야 한다. 블록체인, P2P 등 핀테크 기술과 서비스를 적극 수용하고 개방형, 협업형, 투자형 중 어떤 형태를 선택할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은행망이 은행산업을 계속 보호해 줄 것이라는 기대는 위험하다.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서비스를 분해하고 새롭게 융합해 신사업, 신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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