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 여부는 본안소송에서…소명책임은 원고인 삼바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소송 집행정지 심문기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법원은 증선위 제재 처분을 삼성바이오가 그대로 이행할 때와 중단시킬 경우 두 가지 상황을 비교형량해 결정을 내린다.

삼성바이오가 실질적으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는지는 집행정지 사건의 쟁점이 아니며, 이 사안은 본안소송에서 다뤄진다.

1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19일 오전 10시 삼성바이오가 증선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 1차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집행정지는 본안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에 제재 처분을 일단 정지시켜 달라는 신청이다. 법원이 삼성바이오의 청구를 인용하면 삼성바이오는 본안소송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증선위의 시정요구를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

앞서 증선위는 지난달 삼성바이오가 2015년 말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에서 관계회사(공동지배)로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결론내리고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감사인 지정 3년, 대표이사 및 담당임원 해임 권고 등의 처분을 내렸다. 또 삼성바이오에 대해 과징금 80억원의 부과처분을 내린 바 있다.

집행정지는 집행정지의 이익이 있어야 하고, 본안소송이 적법하게 계속 중일 때 가능하다. 이밖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긴급한 필요가 있는 경우’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할 우려가 없는 경우’ 등이 요건이다.


즉, 삼성바이오 측은 이날 심문기일에서 증선위 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 외에도 이 처분이 집행될 경우 자신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게 된다. 또 증선위의 제재 처분이 정지되더라도 공공복리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며, 일부 영향이 있더라도 자신들이 입는 손해보다 훨씬 작다라고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는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따른다.

반면 증선위 측은 공공복리를 위해 이 사건 처분이 그대로 집행돼야 한다고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삼성바이오 측이 사안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이날 심문기일은 공개로 진행되며, 법원은 대중의 관심 등을 고려해 많은 시민과 취재원이 재판을 방청 할 수 있도록 큰 법정을 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전방위 압수수색을 통해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부터 삼성바이오 본사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바이오의 모회사인 삼성물산, 회계법인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휴일인 15~16일에도 삼성 쪽 회계 전산자료 내려받기(이미징) 사전 작업을 했다.


검찰은 증선위가 고발한 삼정·안진 회계법인외에도 추가로 삼일·한영 회계법인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삼정·안진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을 검토해주고, 이후 삼성바이오의 회계 감사 등을 맡았다. 삼일은 합병 후 통합 삼성물산의 회계 감사를, 한영은 2015년 삼성바이오 재무팀이 바이오젠의 ‘콜옵션’과 관련해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평가 손실액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문의한 곳이다.

검찰 수사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옮아갈 가능성도 크다. 앞서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뤄졌고, 합병 비율을 이 부회장에 유리하게 하는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가 부풀려졌다고 판단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의심의 배경은 이렇다. 2011년 삼성그룹은 미래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를 이유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한다. 당시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옛 삼성물산이 출자금을 댔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2014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반전은 2015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고, 지분 가치를 ‘취득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하면서 돌연 1조900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가치는 순식간에 4조5000억원이 늘어난 5조원으로 평가됐다.

일련의 과정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였던 제일모직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식교환 비율은 1:0.35로 결정됐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흑자전환이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결과적으로 당시 제일모직 지분의 23.2%를 보유했던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물산의 주식이 전혀 없던 이 부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합병 전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불리한 합병 비율에도 불구하고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도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주면서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1심은 이러한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고 이 부회장에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이를 부정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는 있었으나 오직 합병만을 위해 이러한 뇌물수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에 4년으로 감형됐다.

한편 삼성바이오 측은 “당시 회사는 상장 자격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며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회계기준을 변경한 게 아니다”고 반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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