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선택지만큼 어려워진 합의과정…정치이벤트에 국회 논의 ‘뒷전’ 가능성 높아

국회가 국민연금 논의의 공을 넘겨받았지만, 합의까지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사진=이창원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14일 ‘제4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면서 국민연금 문제는 국회로 넘어왔다. 복지부가 제시한 4가지 안은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차관회의, 국무회의 등 절차를 거쳐 이달 말 국회에 제출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의 4가지 안은 ▲현행유지(보험료 9%‧소득대체율 40%) ▲2022년까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인상(보험료 9%‧소득대체율 40%) ▲보험료 12%‧소득대체율 45% ▲보험료 13%‧소득대체율 50% 등이다. 

 

앞서 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는 지난 8월 ▲보험료 13.5%‧소득대체율 40% ▲보험료 11%‧소득대체율 45% 등 2가지 안을 제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전면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안은 2배로 늘어났다.

국민연금 문제에 대해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주문한 ‘국민동의’ 부분과 청와대, 정부, 정당 등 내‧외부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점에 압박을 느낀 복지부가 최악의 수를 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늘어난 선택지만큼 합의 과정이 더욱 녹록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내년 8월경 국민연금 문제에 대한 합의안이 도출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 등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향후 토론회, 공청회 등이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이 과정에서 타협점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선택지들의 장‧단점이 단순 나열되면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병합과정에서도 ‘기형적 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입법화 과정도 문제다. 우선 복지부의 계획을 따르더라도 내년 후반 중점 현안으로 다뤄질 예정이지만, 내후년 총선‧대선 등 ‘대형 정치 이벤트’가 예정돼 있는 만큼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민연금 문제는 여론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으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각 정당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쉽사리 손을 데지 못할 공산이 크다.

국회에서의 향후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복지부 안에 대한 여야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합의안 도출 과정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안에 대해 ‘합리적 대안’이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야당은 ‘혼란가중‧개혁실종안’이라고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국민의 노후소득 보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다양한 공적연금제도를 함께 고려하는 다층연금체계 차원으로 확장된 것”이라며 “국민 노후소득 보장 강화와 재정 지속가능성 높이기라는 상호 충돌하는 난제를 균형 있게 조화시키기 위해 각각의 목표에 부합되는 다양한 제도개혁안과 재정 안정화, 기금운용 수익성 제고 방안도 함께 제시됐다”고 밝혔다.

반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복지부 안 발표 직후 “여러 안을 나열하며 국민에게 폭탄을 던지고, 제시된 안도 핵심은 빠진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며 “미래세대를 생각하지 않는 장관은 존재 가치가 없음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당은 복지부의 안으로는 연금 고갈시기가 5~6년 연장하는 것에 그치고, 부담 또한 차기 정부에 떠넘기는 방안인 만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바른미래당‧정의당 등도 특수직 연금과의 통합 등 국민연금과의 형평성 등 쟁점에 대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책임을 떠넘기는 데 급급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야당의 반발이 지속되는 한 합의과정은 지체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지난 국민연금 개혁 관련 논의 때처럼 장기간 표류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우세한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보건복지위원들이 지난 14일 오후 국회에서 국민연금 개편안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김승희, 김명연 의원, 김순례 의원.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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