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아이패드 프로 판매에도 시연 제품 구매 조항 버젓

애플 시연 제품 가이드 문서. / 사진=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제공
애플의 시연 제품 강매에 대한 유통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직접 나서 개선해 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애플 뉴 아이패드 프로가 7일 국내에 출시됐지만 여전히 시연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조항은 바뀌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지난 6일 보도자료를 내고 애플이 여전히 시연 제품 구매를 강요하는 조항을 없애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뉴 아이패드의 경우 시연 단말기를 꼭 구매하지 않아도 물건을 판매할 수 있지만 여전히 조항에는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 모두 판매하기 위해서는 시연 제품을 구매해야 하고 이 구입비용은 전적으로 대리점이 100% 내야 하는 것으로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시연 제품은 매장에 비치되는 제품으로 제조사가 자사의 신제품 단말기 모델 출시 시점에 제품 홍보를 위해 유통망에 한시적으로 디스플레이 및 고객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한 제품이다. 대개 다른 제조사들은 시연 제품을 전량 지원하고, 진열이 끝나면 회수한다. 이 과정에서 유통망에 금전적 손실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애플의 경우 시연 제품 구매 의무에 대한 부분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시연 제품을 구매하지 않은 대리점들은 물건 공급에 대한 불안을 안고 있어야 한다. 시연 제품을 구매하더라도 1년 후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조건에 따라 1년 동안 재고로 갖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

애플은 시연 제품을 배치하는 애플존 제작비용도 유통망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애플은 시연 위치와 포스터 부착 위치까지도 엄격하게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업계는 그동안 아이폰 인기 탓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시연 제품을 구입했으나 최근 애플이 애플이 아이폰XR,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 등 여러 종류의 모델을 한 번에 출시하고 가격 또한 크게 오르면서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유통협회 관계자는 “애플은 기본적으로 이통 3사와 계약을 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들이 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통사들 역시 애플의 조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일 것”이라며 “ 때문에 공정위가 실태 조사에 나서 개입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애플 시연 제품 구매와 관련해 정확한 실태와 피해규모 추산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제소 등 법률적 검토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협회는 SK텔레콤이 뉴 아이패드 프로를 자사 온라인몰인 'T월드다이렉트'에서만 판매하려고 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관련 보도가 나간 이후 SK텔레콤 측은 유통 일선에 뉴 아이패드 프로를 공급하기로 했다.

협회 관계자는 “아이패드는 초도 물량이 중요하다. 애플 마니아들이 빨리 물건을 구매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초기에 많이 구매한다. 꾸준히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반짝 판매를 하는 제품”이라면서 “SK텔레콤이 온라인에서 판매하려고 했던 것은 사실상 독점하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사실 관계가 다르다고 답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유통망에게 뉴 아이패드 프로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며 “유통망에서의 수요가 적어 온라인 몰에서 판매한다고 표현했을 뿐 대리점을 통해서도 판매가 된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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