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최근 들어 피해 차주 승소 추세 뚜렷…국내는 내년 초 첫 1심 판결 예상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피해 차주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국내 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0159월 미국에서 터진 디젤게이트로 전 세계 약 1100만대의 배출가스 조작이 드러났고, 국내에도 13만대가량의 조작 차량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배출가스 조작 차량의 대수가 피해자의 수와 동일하다고 볼 때, 국내에는 13만명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셈이다.

 

그러나 피해보상에 대한 법적 판단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폴크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피해보상에 대한 국내 민사소송 1심 판결은 이르면 내년 4월에 나올 예정이다. 당초 내년 1월경에 재판 결과가 예상됐지만, 이달 10일로 예정됐던 결심 재판이 내년 318일로 미뤄졌다. 독일에서는 이미 수천 건의 재판이 진행된 것과 달리 국내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원금에 이자까지 다 갚아라독일 법원 최초 차량 전액 배상 판결

 

지난 11월 독일 바이에른주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아우구스부르크 법원은 폴크스바겐이 피해 차주에게 차량 전액 29907유로(한화 약 3775만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피해 차주가 6년 전 폴크스바겐 골프 1.6 TDI 모델을 구매할 때 지불했던 금액을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다는 의미다. 법원은 여기에 원금에 대한 이자까지 얹어 주라고 했다.

 

독일 법원에서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차량 원금의 일부만 배상해주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루돌프 바이겔 아우구스부르크 판사는 전액 배상 판결 근거를 부도덕(sittenswidrig)’에서 찾았다. 폴크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를 조작해 소비자를 속였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봤다. 피해 차주의 물질적 피해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폴크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악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 현지에서도 이번 전액 배상 판결이 앞으로 소송과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 법원이 배출가스 조작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개별적으로 다루는 만큼, 유사 사례에 있어선 비슷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폴크스바겐은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폴크스바겐그룹 대변인은 고객들은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않았으며, 차량은 안전하고 주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점점 더 많은 피해자들 손 들어주는 독일

 

독일에선 디젤게이트가 터진 직후인 201510월부터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개별소비자 뿐 아니라 각종 자동차 및 환경단체들도 소를 제기했고, 이는 거대한 소송 물결로 이어졌다. 2017년 들어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수천 건에 이르는 판결이 쌓였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지금까지 독일에서 약 3만건에 달하는 개별 소송을 당했고 그중 1만여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폴크스바겐은 약 6000건의 승소를 기록해 승소율은 60% 정도로 알려졌다. 소송은 독일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힐트루드 베르너 폴크스바겐그룹 이사회 소속 법무 담당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현지에서 배출가스 소송을 대리하는 필립 카바 법무법인 간젤(Gansel Rechtanwälte) 변호사. / 사진=법무법인 간젤.
누적 판결로 따지면 폴크스바겐의 승소가 많지만, 최근 들어 피해 차주들의 승소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현지에서 배출가스 소송을 대리하는 필립 카바 법무법인 간젤 변호사는 시사저널e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대리한 판결 중 약 60~70% 소비자들이 승소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115개 독일 지방 법원 중 90개 가까운 법원이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16년 초까진 소비자들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후 디젤게이트에 대한 세부 내용들이 폭로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간젤(Gansel Rechtanwälte)은 독일에서 배출가스 조작 소송을 대리하는 대표 로펌 중 하나로,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00건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카바 변호사는 또 폴크스바겐이 2심 패소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합의금을 미끼로 고소 철회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카바 변호사는 폴크스바겐은 고등법원(OLGs) 패소를 막으려고 총력을 기울인다. 피해 차주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피해 차주로서 합의 제안을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피해 차주들은 합의를 조건으로 고소를 철회한다. 얼마나 많은 피해 차주들이 고소를 철회했는지 정확한 수를 알기는 어렵다. 대게 보상금을 받는 대신 침묵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법원은 누구 손 들어줄까

 

독일에서 소비자들의 승소 경향이 뚜렷해지며 1심 판결을 앞둔 국내 재판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는 약 5000여명의 피해 차주들이 폴크스바겐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고,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하 변호사가 대리하는 여러 소송 중 첫 소송의 1심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선 독일보다 한국이 피해 차주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에선 독일과 달리 배출가스 조작 차량들의 인증 취소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카바 변호사는 만약 독일에서 배출가스 조작 차량 인증 취소가 이뤄졌다면 소비자들의 승소 사례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을 앞둔 이번 소송은 앞으로 재판에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피해 차주들의 피해보상 여부가 이번 판결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하 변호사는 독일에서의 피해자 승소 추세를 긍정적으로 봤다. 하 변호사는 초기에는 폴크스바겐의 승소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피해자인 원고들의 승소 판결이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내용을 제출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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