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추가 금리 인상 불투명…일회성 인상 가능성에 무게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 금리 인상이 향후 통화정책의 기조 변경을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은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통화정책 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중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금리인상을 단행했지만, 이주열 총재는 현재 통화정책 기조에 대해 '완화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 금리 인상이 향후 통화정책의 기조 변경을 의미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내년 경제 상황에 따라 대응할 것이란 원론적 예상이 나오고 있다.

 

30일 한국은행은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지난해 11월 금통위 이후 1년만이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할 것이란 예상에 부합하는 결과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통위 이전 금융불균형 해소를 언급하면서 시장에 신호를 보냈다. 

 

이주열 총재는 이번 금리인상의 배경으로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나타내고 물가상승률도 물가안정목표에 가까운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금융불균형 확대로 금융안정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금융불균형 해소 강조…예견된 금리 인상

 

한국은행은 지난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연 1.25%로 하향 조정한 뒤 지난해 11월까지 동결했다.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한차례(0.25%p) 올리긴 했지만 여전히 1.50%로 선진국인 미국보다 기준금리가 낮은 상황이 어이지고 있다.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가계부채는 급속도로 증가했고, 부동산 시장으로 급격한 자금 쏠림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이번 금통위 이전부터 금융불균형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0월 금통위 의사록에도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축소해 현 부채조달 부담을 높여 금융불균형을 억제해야 한다"는 언급이 포함됐다.  

 

이주열 총재 역시 이번 금통위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금리인상이 금융 불균형 축소에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불균형이 쌓인 이유는 저금리의 장기간 지속 때문"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조정으로 금융안정 측면에서 불균형 축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국과 미국간 금리차 확대 역시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을 뒷받침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이주열 총재는 염두하고 있지만 우려할 만큼 급격한 자본유출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한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는 2.00%~2.25%로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은 상황이지만, 추가 금리 인상이 단행될 경우 차이는 1.00%p까지 벌어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달 기준금리 결정회의가 없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시장에 우려와 달리 한국은행은 현상황에서 금리차로 인한 외국인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추가적인 금리차 확대가 진행될 경우에도 대뮤모 자본유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이야기다. 다만 급격한 환경변화에서 예기치 않은 상황은 염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총재는 "가까운 시일 내에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리라 우려하지 않지만 그래도 예기치 못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점은 늘 염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정책 여전히 완화 기조…내년 금리 인상 행보 예측 어려워

 

한국경제 둔화 가능성에 대한 부담은 역설적으로 금리 인상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국내외 기관 및 경제연구소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하는 상황에서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경우 향후 대응 카드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p 낮아진 2.7%로 수정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금리 인상이 경기 호조에 따른 통화 완화적 성격의 결정이 아니라는 점은 향후 금리 조정 행보를 예상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에 긴축기조를 분명히 했다면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현재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 통상적으로 금리 완화가 예상되는 상황이 아닌데 반대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주열 총재 역시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이후에도 정책 금리는 중립 금리 수준에 아직 미치지 않았다"며 "한번 금리를 인상했지만 통화정책 기조는 아직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의 조심스런 행보에 국내외 금융 기관들은 일단 내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국내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주변 환경을 고려한 일회성 인상이라는 해석이다. 미국 역시 내년에는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점 역시 추가 금리 인상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실제로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이번 금리인상 직후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는 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 예상했다.

 

국내 금융기관들 사이에서도 내년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판단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번 금리 인상이 성장세 둔화 속에도 금융불균형 해결을 위한 판단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 결정에도 두 명의 금통위원이 동결 소수의견을 냈다는 점 역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춘다. 이번 금통위에서는 조동철 위원과 신인석 위원이 기준금리를 현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박희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마이너스 GDP갭 아래서 국내 코어 인플레이션이 1%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고, 국내 경기 위축이 진행되면서 마이너스 GDP갭을 축소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 한차례 정도 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국내경기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금리인상에 적합하지 않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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