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실태조사 후 제도 도입 가능성…전문가들 “국내·외 환경 검토해 대책 마련해야”

연도별 최저임금 인상 추이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최저임금이 올해 16.4% 인상된 데 이어 내년 1월 10.9% 추가 인상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최근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 수립을 위한 실태조사에 착수하면서 향후 최저임금 차등적용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 지역적 특성상 밀집돼 있고 업종별 임금도 책정하기 어려운 만큼, 이를 위한 대책 마련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급격한 임금 상승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한 제도개선안이다. 현행법은 모든 지역과 업종에 동일한 시급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편의점 등 비교적 쉽고 단순한 업종과 소득이 적은 지방의 경우 시급에 차등을 주도록 개선하자는 것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각종 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6만4000명 증가해 4개월째 10만명대 증가폭을 하회하고 있고, 최저임금의 직접적 영향을 받는 도매 및 소매업에서 10만명의 취업자가 감소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도 9만7000명 줄어 전체 취업자 증가 둔화에 영향을 미쳤다.

아울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최근 발표한 ‘11월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을 통해 “최저임금의 추가적인 큰 폭 인상은 고용과 성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점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현재 지역·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놓고 산업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고용부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과 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 인상·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 대응 실태와 고용 확대·생산성 향상을 위한 연구에 각각 착수한 상태다.

내년 1월 나올 실태조사 결과에 따라 이르면 2020년 최저임금부터 업종별 또는 규모별 사정을 감안한 차등적 최저임금이 도입될 수 있다. 정부는 해당 기관들에게 연구를 의뢰하면서 기업들에 대한 객관적인 실태 파악과 제조업·서비스업 각각의 생산성 혁신을 위한 맞춤형 정책 개발을 연구 목적으로 명시했다.

미국 또는 일본, 영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지역·업종별, 나이별로 임금을 차등적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급여에 주휴수당 제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실질임금이 일부 선진국보다도 높아 선진국의 사례를 토대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최저임금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통계에서 보지 못하는 부분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을 본받아 실태를 파악하는 과정이 있어야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내 여건상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적용 시행은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또한 최저임금 차등적용 방안에 대해 “최저임금 결정 구조에 관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다루겠다”고 언급했고, 차기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홍남기 후보자도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경제팀과 논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과 홍 후보자의 발언은 우리나라 환경이 외국과 비교해 경제규모나 행정방식이 다르고 관련법과 데이터가 미비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고용노동부 근로기준정책과는 “최저임금 업종·지역별 차등적용과 관련해 다수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국회의 법안 심의에 대비해 각각 제도 개선의 타당성, 필요성 및 실현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며 “다만 국내 환경이 해외와 다른 만큼 다양한 연구와 조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정부가 선진국 사례로 업종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는 방안을 선진국 사례를 참고해 마련하려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미국은 나라가 넓기 때문에 지역별로 차등적용을 해도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한국은 지역적으로 밀집돼 있다 보니 지역별로 차등 적용이 되면 모두 서울에서 일을 하고 싶어해 양극화 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업종별 차등적용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업종에 임금을 낮게 책정하게 되면 생산성 개선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기술적으로 선진국에서 차등적용을 하더라도 우리 경제환경과 비교하면서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지역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면 전반적인 산업 기반과 인구 유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