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중노위에 2차 조정신청‧비정규직 노동지청 점거… 내달 신설법인 등기 앞두고 갈등 증폭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국GM이 법인분할 추진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노동조합 및 산업은행 등 이해주체와 풀어가야 할 현안은 점차 산적하는 모양새다. 산은과 노조가 법인분할에 반발하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가운데, 내부적으로 비정규직 고용 문제도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21일 한국GM은 신설되는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이사회에 제너럴모터스(GM) 본사의 주요 핵심 임원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로베르트 렘펠 GM 수석 엔지니어를 포함, 본사 임원 6이 이사회 임원으로 선임됐다. 이사회 구성에 있어서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3명의 임원, 상하이자동차는 1명의 임원을 임명할 권한을 갖게 된다. 회사 측은 이번 결정에 대해 한국에서의 지속적인 경영에 대한 본사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GM의 법인신설 강행 방침에 노조와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여전히 반발을 표하고 있다. 지난 7월 회사가 연구개발(R&D)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 분할 계획을 밝힌 이후로, 노조는 연구개발 법인과 생산부문을 분리해 매각하는 등 부분적인 철수 조치에 나설 것으로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날 한국GM 노조의 지부장, 사무지회장은 회사의 법인분할 계획에 반대하며 부평공장 홍보관 앞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했다. 같은 날 오후 민주노총 인천본부 역시 인천시 한국GM 부평공장 앞에서 총파업대회에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이와 함께 전날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2차 쟁의조정을 신청하며 향후 파업 투쟁을 예고했다. 앞서 신청한 쟁의조정은 중노위의 중재로 기각되면서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노조는 한국GM의 신설법인 이사회 임원 발표를 두고 “회사의 강행 방침엔 계속해서 반대입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중노위에 2차 조정신청을 통해 쟁의권을 확보할 경우, 파업에 돌입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대 주주인 산은 역시 법인분할 안건을 반대하며 주주총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항고심을 진행 중이다. 산은 관계자는 “법인분리 자체에 대한 의심을 갖고 있다는 기존 입장에선 변화가 없다”며 “현재 한국GM 측과 진행 중인 소송 건에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내외적 반발에도 업계선 회사의 법인분할에 제동을 걸 만한 장치가 없다고 보는 시각이 짙다. 사실상 내달 3일 신설법인 등기를 앞두고 법인분할이 확정된 상태에서 ‘예상 했던 바’라는 반응이다. 특히 한국GM이 노조, 산은과의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신설 법인을 강행하는 움직임을 보여 온 까닭이다.

노조는 사측에 10차례 넘게 특별단체 교섭을 요청했지만 회사가 교섭이 아닌 협의를 진행하자는 입장만 내세우며 교섭 자리가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산은 역시 법인분할을 둘러싼 논란을 불식하고자 노사를 포함, ‘3자 협의체’ 구성을 제시했지만 한국GM이 산업은행에 양자간 단독 논의를 요구하면서 협의체 구성이 무산됐다. 산은, 노조와의 갈등 폭을 좁힐 창구도 요원한데, 노조가 나날이 투쟁 수위를 높여갈 것을 공언하고 있어 회사가 풀어가야 할 숙제는 산적해있다.

대외적인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내부적으론 비정규직 고용 불안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한국GM 창원공장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한국GM 측에 복직,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요구하며 지난 12일부터 열흘째 창원노동지청을 점거하는 등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이에 전날 허성무 창원 시장은 지역 노동계의 요청에 따라 간담회를 갖고 창원공장의 고용 불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창원공장과 협력사들에 필요한 조치를 동원해 안정적인 고용을 이끌고자 한다. 이에 협력하는 기업들에겐 동반성장 협력자금, 중소기업 육성자금 등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월 한국GM 창원공장은 일부 공정을 인소싱 등으로 돌리며 사내 하청업체와 도급계약을 종료하는 방식으로 비정규직 64명을 해고했다. 비정규직 해고자들이 노동지청 점거를 이어가자, 회사와 협력사 사장단은 3개월 단기계약직 복직을 제안했다. 그러나 비정규직 측은 무기계약직 복직을 요구하며 거절했다.

이와 함께 한국GM은 앞서 지난 5월 고용부가 내린 창원공장 비정규직 774명의 직접고용 시정 명령도 불이행한 상태다. 고용부가 77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조치에 한국GM은 이의제기를 신청, 행정 소송을 진행 중이다.

창원공장을 둘러싼 고용 불안 문제는 내년에도 진행형으로 치닫게 될 공산이 크다. 창원공장에선 경차 스파크, 경상용차 다마스, 라보가 생산되는데, 내수 침체와 함께 판매 물량도 줄어드는 까닭이다. 여기에 공장가동률을 사실상 견인했던 수출 물량 또한 내년 상반기 이후 줄어들 가능성이 점쳐져 노조는 우려는 표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내년 5월 이후 스파크의 유럽 수출이 불가능해질 경우 공장에서 생산되는 물량 변화는 분명히 예측이 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아직 회사 측의 방침도 확정된 바는 없어서, 내년 상반기까지 지켜보고 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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