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 주력 벌크선‧탱커선 시장 없이 회복 어려워…전문가 “은행이 적극 RG 발급하기엔 업황 개선 미미”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가 내놓을 조선산업 지원 대책이 죽어가는 중소 조선사와 기자재업체에 생명을 불어넣을지 관심사다. 국내 조선업은 올해 8년 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 1위 탈환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이는 주요 대형 조선사에만 한정된 얘기다. 소 조선사들은 정부 지원이 없어 수주 계약이 틀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22일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방안에는 금융지원과 수요 활성화,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지원, 조선사·기자재업체 상생 등의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특히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 등 금융지원 내용에 따라 중소 조선사들의 생사 여부가 달렸다.

 

국내 조선업은 올해 높은 수주 실적을 올리며 불황 탈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주는 대형 3사에만 쏠렸다. 국내 조선사들은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총 224척을 수주했는데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이 세 조선사가 수주한 물량이 208척에 달한다. 소 조선사의 올해 수주 실적은 16척이 전부다. 그 와중에도 정부 지원이 없어 계약이 취소되기도 한다. STX조선의 경우 올해 7척의 수주 계약을 진행했으나 RG발급이 나오지 않아 계약이 거부됐다.

 

올해 조선 3사의 실적 반등은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이끌었다. 특히 LNG선은 환경 규제가 현실화하며 새로운 국내 조선사들에게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2020년부터 선박 연료의 황산화물 함유량을 현행 3.5%에서 0.5%로 제한하는 황산화물(SOx) 규제에 돌입하는데, 이에 대한 대안으로 LNG 추진선이 꼽히며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LNG추진선 건조에는 초고급 기술이 필요해 해당 기술력을 갖춘 대형 조선사들에게만 호재로 작용한다. 기술력과 규모에서 밀리는 중소 조선사들은 여전히 수주 절벽에 허덕이는 상황이다. 소 조선사들은 전통적으로 벌크선과 탱커 등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벌크선은 곡물이나 철광석 같이 컨테이너에 담을 수 없는 물건을 운송하는 배로, 제작 공정이 복잡하지 않아 제작 단가가 낮다.

 

소 조선사들에게도 시장 전망이 나쁜 건 아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MO의 환경규제는 굉장히 강력하다. 앞으로 규제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선박들은 모두 폐기 처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꼭 고급 대형 선박뿐 아니라 일반 선박에도 적용되는 내용이라면서도 그때까지 중소 조선사들이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벌크선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 있어 중국 조선사에 밀렸다고 보는 게 맞지만, 탱커 쪽은 아직도 국내 조선사들이 꽉 잡고 있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버리고 LNG선 등 고급 대형 선박만 갖고는 국내 조선산업이 돌아갈 수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소 조선사의 몰락은 조선업 전체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업은 조선사, 기자재업체, 협력업체가 맞물려 돌아가는 형태기 때문에 중소 조선사가 망한다면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때문에 중소 조선사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그러나 정부와 은행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하기엔 시장 회복세가 다소 더디다는 분석이다. 실명 공개를 꺼려한 한 전문가는 시장 전망이 나쁘지 않은데 왜 RG 발급을 안 해주냐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이것 역시 쉽지만은 않다. 대우조선해양사태 등이 발생한 이후부터 중소 조선사들이 줄도산했다. RG 발급해준 은행들은 모두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조선사들의 수주가 괄목할 만큼 늘어나면 은행들도 투자에 나서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 몸을 사리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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