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2년 후 재선에 주력…2차 북미정상회담 내년 초 개최도 불투명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북미 양국이 지난 8일 예정됐던 북미 고위급회담 연기를 계기로 비핵화 협상에서 양측의 입장이 강경해지는 모양새다. 펜스 미 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연일 대북 압박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북한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올해 들어 방북 인사만 5000명이 넘어서는 등 남북 교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북미 간 교착상태로 남북 간의 약속도 이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 중간선거가 끝난 후 북미 간 기 싸움은 점점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미국은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을 통해 연일 대북 압박 메시지를 전하고 있고, 북한도 “제재 완화 전에는 양보 없다”며 맞서고 있다.

미 중간선거 이후 핵 협상 강경기조를 보인 것은 미 행정부다. 일각에선 미국이 중간선거가 끝난 뒤 의회 권력구도가 바뀌게 되면 미 행정부의 대북 접근방식이 유연해질 수도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지만 미국은 여전히 강경모드로 북한을 상대하고 있다.

펜스 부통령은 워싱턴포스트(WP) 기고를 통해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적·경제적 압박은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 기조인 ‘최대한의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를 재확인한 것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모든 유엔안보리 대북 결의안에 대해 엄격한 이행과 압박 유지를 거듭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연일 언론매체를 통해 ‘핵-경제개발 병진노선’을 언급하고 있다. 그동안 북한의 조처에 미국이 대북제재 완화 등으로 호응하지 않는다면 핵·미사일 실험중단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다. 특히 북측의 주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미국이 ‘속도조절론’을 주장하면서 (싱가포르) 공동성명 이행이 아닌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면 (일부러) 대화를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북미 간 대화가 교착상태로 이어지게 되면 현재로서는 올해 안에 추가적으로 의미 있는 비핵화 협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미국은 통상적으로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이후에는 남은 업무를 내년으로 미루는 경우가 많다. 북한도 12월부터는 대외 협상보다는 한 해 사업들에 대한 결산·평가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미 현 상황 표.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일각에선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 진전을 견인한다는 방침에 의존해 남북 합의 이행 시기를 과도하게 짧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우리 정부도 남북 합의 이행에만 주력하기 보다는 현 상황을 지렛대로 활용해 북측이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실제 방북 인사만 올해 5000명을 넘기며 남북 교류가 활기를 띠고 있지만, 남북 간 약속은 일부 연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북미 대화 연기가 지속되면서 10월 안에 이행하기로 했던 북측 예술단 서울 공연과 경의선 철도 공동 조사는 이미 시한을 넘겼다.

아울러 11월 초로 예정됐던 동해선 철도 공동조사도 사실상 무산됐다. 이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11월 말~12월 초로 합의한 동·서해선 철도·도로 현대화를 위한 착공식도 연쇄적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북미가 비핵화와 제재해제 선후 문제 조율을 빠른 시일에 합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북미 양국이 협상을 앞두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기 싸움을 펼치는 것이라면 괜찮지만, 강경 전략이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져 교착 또는 대치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선방을 했기 때문에 북미 관계에서 호흡조절을 통해 시간을 두면서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며 “비핵화와 관련해 마지막 남은 게 북한의 핵 리스트 제출인데, 북한이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도 2년 후인 재선으로 옮겨졌기 때문에 (재선) 그 스케줄에 맞춰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설정하려는 생각”이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에 있어 빨리 성과를 낼 필요가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재선에 활용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도 높게 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도 내년 초가 아닌 내년 중 후반으로 미룰 가능성도 크다”며 “비핵화가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국내 여론도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다. 북미 대화도 개선되지 않고 있고, 철도 사업도 유엔사에서 거부당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가 희망했던 일정만 엉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음은 급하겠지만 미국이 제동을 거는 상황에선 혼자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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