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만원~196만900원까지…업계 관계자 “애플은 판매량보다 마진에 관심”

애플 신형 아이폰이 지난 2일 국내에서 정식 출시됐다. / 사진=애플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애플 아이폰 신규 모델 3가지가 국내 정식 출시됐지만 판매량은 기대 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100만원 이하 제품부터 20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생겼음에도 폭발적인 반응은 없었다.

지난 2일 이동통신 3사를 통해 아이폰XS, 아이폰XS 맥스, 아이폰XR 등 3가지 라인의 제품 판매가 시작됐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출시 첫날 이통 3사를 통해 개통된 신형 아이폰 물량은 10만대 수준이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8과 첫날 개통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어 출시된 아이폰X의 첫날 개통량이 7만대에 달했던 것과 단순 계산하면 두 제품의 첫날 판매량은 합쳐서 17만대에 달했다.

또 같은 날 통신 3사의 번호이동 건수도 2만8753건으로 아이폰8 출시 첫날 번호이동 건수 3만3212건과 아이폰X 3만1978건에도 못 미쳤다. 인기있는 제품이 나올수록 번호이동 건수가 폭증했던 것과 비교하면 흥행 분위기는 아니라는 것이 통신 업계 의견이다.

유통 업계 역시 다양한 가격대에 더 많은 제품이 출시됐지만 그만큼 수요가 몰리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해는 아이폰8이 먼저 출시되고 이어 아이폰X이 시간차를 두고 출시된 탓에 수요가 분산돼 초반 성적표가 기대 이하였다는 것이 유통업계 통념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아이폰 신제품 3종이 한꺼번에 출시됐지만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애플 고가 정책이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아이폰에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이 많기 때문에 신제품이 나오면 구매를 하는 소위 매니아 층이 많다. 하지만 이들도 높아진 가격에 대해 어느 정도 저항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정식 출시 전날인 지난 1일 아이폰 XS 맥스 64GB 모델과 256GB 모델의 출고가에 변동이 있었다. 두 모델의 출고가는 기존에 각각 151만8000원과 171만6000원이었지만 애플은 149만6000원, 170만5000원으로 가격을 급히 낮췄다. 각각 2만2000원, 1만1000원 낮아졌다.

그럼에도 워낙 고가인 탓에 미미한 가격 인하가 판매량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는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모델의 출고가는 아이폰XS 64GB가 136만4000원, 아이폰XS 256GB 156만2000원, 아이폰XS 512GB 181만5000원, 아이폰XS맥스 512GB 196만9000원. 아이폰XR 64GB 99만원, 아이폰XR 128GB 105만6000원, 아이폰XR 256GB 118만8000원이다.

가장 저렴한 기종이 아이폰XR 64GB로, 99만원이다. 가장 비싼 아이폰XS맥스 512GB는 196만9000원이다. 두 제품의 가격차는 97만9000원에 달한다. 즉 아이폰XS맥스 512GB의 가격이 아이폰XR 64GB의 2배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애플의 올해 3분기 순이익은 141억 달러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2%나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 늘어난 629억 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이폰 판매량은 줄었지만 단가 상승이 이런 판매량 감소를 상쇄시킨 셈이다.

애플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목표는 판매량이 아니다. 박리다매에 전혀 관심이 없다”며 “하나밖에 없는 운영체제와 충성도를 무기로 단가를 올리는 정책인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어느 정도 한계선은 있겠지만 당분간 애플의 이 같은 가격 상승 전략은 계속될 것이다. 애플은 판매량보다 마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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