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2019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에서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내년 국내 은행권의 당기순이익이 9조8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의 당기순이익은 2016년 이후 계속 성장했다. 2016년 국내 은행권 당기순이익은 2조5000억원이며 2017년은 11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1조8000억원으로 전망된다. 이 실장은 “내년에는 경제성장률 하락, 가계대출 규제 강화, 기업대출 영업기회 축소와 리스크 증대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대출자산 성장이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년 은행 기업대출과 관련해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올해 성장세는 나올 수 있겠지만 가계대출은 신DTI, DSR 도입 등에 따라 은행 성장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대출 부실화에 따른 대손비용 증가도 은행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대손비용은 경제성장률 하락, 금리상승 등의 요인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기의 추가적인 둔화 가능성, 지역별 부동산 가격 조정 가능성, 기업부실 가능성 등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내년, 은행 수익 악화할 위험 요인 증가 우려
이 실장은 내년부터 은행권에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먼저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에 따라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대출자들의 대출 부실이 우려된다. 수출기업의 수익성도 악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금융 불안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규제가 강화돼 기업대출이 증가해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요구에 따른 규제 준수 비용 부담도 늘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 신탁사업자 추가 인가 등 경쟁 환경 변화도 은행권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부동산 관련 부실 위험 증가가 은행권 수익성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담보 대출도 수도권과 지방간의 차별화, 수도권 내 차별화 등과 같은 지역별 부동산시장의 변화에 따라 담보 대출 부실화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실장에 따르면 지역별 미분양 또는 입주대기 물량이 증가해 입주 지연이나 전세가격 조정 등으로 부동산가격 조정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부동산시장의 지역별 차별화 추세가 장기화될 경우 이자상환부 대출의 경우 회수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미분양 주택규모 추이는 지난해 9월 말 5만4000채에서 올해 6월 말 6만2000채로 14.8% 증가했다.
◇해외시장 개척, 디지털금융 확대해야
이 실장은 은행들이 내년 수익성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건전성 악화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수출기업, 과다부채기업, 신흥시장 의존도 높은 기업에 대한 선별적 여신 관리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인한 수익성 악화 대비 △디지털 환경 변화에 신속 대응할 수 있는 조직 구축 및 지배구조 정립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그는 “국내 은행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인수합병(M&A)과 혁신 성장 지원을 위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내외 거시경제 불안에 대비한 완충력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은행 성장성은 기존 예상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당국의 가계대출의 각종 규제가 시장에 정착되기까지 내년엔 은행 성장성 저하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 보험업권 악화로 비이자이익 성장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진석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경기 악화가 예상되지만 은행이 생산적 금융을 축소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지금까지 은행은 대출 부실 등 위험을 철저히 관리하며 건전성을 높여왔다”며 “내년에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생산적 금융보다 리스크관리 경영만 하는 것은 맞지 않을 수 있다. 은행은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는데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