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몸 사려 수사 어려워”…호화 변호인단 방패에다 잇단 법원 영장기각에 수사 동력 끊겨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걸린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뭔가 분주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결과를 보면 뭔가 부족하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재계 사정 움직임에 대해 이같이 정리했다. 일각에선 기업 옥죄기라고 할 정도로 기업 사정이 한창인 듯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특별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검찰, 경찰 등 사정기관들이 적극적으로 기업사정을 펼치고 있지만 현재까지 눈에 띄는 성과가 없자 이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일단은 안도하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분위기다.

 

올 한해 진행된 주요 기업 사정들은 대부분 시작과 달리 끝은 놀랄만한 결과물이 없었다는 평을 듣는다. 대표적인 것이 한진일가 수사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이후 대한항공 일가에 대해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수사가 펼쳐졌으나, 결국 조현민 전 전무는 풀려났고 조양호 회장만 불구속 상태서 재판을 받게 됐다,

 

지난 5월 검찰은 LG 총수일가 탈세의혹과 관련 LG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총수일가는 특수 관계인이어서 서로 주식을 거래할 때 일반인 거래보다 양도소득세를 더 내야 하는데, 주식시장에서 일반인들이 거래한 것처럼 해 세금을 탈세한 의혹을 받았다. 허나 해당 건에 연루된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인사들은 약식기소됐다.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약식기소는 서류만으로 재판이 가능하고 벌금형을 받게 돼 있다.

 

삼성 노조와해 의혹 수사 역시 검찰은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해당 수사의 가장 핵심은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구속여부였는데, 결국 구속영장이 기각됐고 임직원들을 무더기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가 끝났다.

 

경찰도 예외가 아니다. 경찰은 지난해부터 적극 기업사정을 펼쳤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검찰과 수사권 조정 이슈가 있는 상황 속에 경찰이 뭔가 기업수사 능력을 보여주려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 수사대상 기업 관계자 역시 검찰과 경찰 수사권 신경전에 기업만 괜히 얻어맞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허나 역시 아직까지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경찰은 직원 상습폭행 혐의를 받는 이명희 씨와 물벼락 갑질 논란을 빚은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사정기관들의 적극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띌만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현상과 관련 크게 3가지 이유가 지목된다. 우선 기업들이 꼭꼭 숨기 시작해 수사 자체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 사정기관 인사는 기업들이 방심하는 틈을 들어가야 기대이상 성과가 나오는 법인데 요즘 기업들이 너무 대비들을 잘하고 있고 몸을 사리고 별 움직임 자체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거센 사정바람을 피하기 위해 기업들이 이미 충분히 대비하고 눈에 띄는 행동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계속해서 주요 인물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이다. 그나마 이중근 부영 회장은 지난 2월 구속됐으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이순형 부장판사)는 척추질환 등을 이유로 낸 보석신청을 받아들였고, 이 회장은 결국 풀려났다.

 

법원의 잇단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선 두 가지 시선이 있다. 법원이 재벌에 면죄부를 줘 수사동력을 빼고 있다는 것과 검찰이나 경찰이 무리하게 영장을 청구신청했다는 시선이다. 해석은 갈리지만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이 결과적으로 기업수사의 맥을 뺀 것은 사실이다. 한 법조인은 수사 동력과 향후 재판까지 생각하면 구속 수사를 하는 것과 불구속 수사를 하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핵심인물 구속영장이 기각되면 시간이 갈수록 수사하는 쪽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호화 변호인단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병보석으로 풀려난 이중근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전 대법관 및 검찰 추신 등 초호화 변호인단의 변호를 받은 것으로 유명하고 효성은 조현준 회장 통행세 의혹과 관련 채동욱 전 검찰총장을 변호사로 선임했다. 조 회장의 비자금 혐의는 무혐의로 결론 났고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에 대해서만 불구속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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