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관 특활비 자체 감사 안 해, 자체 지침도 비공개…“자체 감사 근거 규정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 기관의 특수활동비가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자체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감사원의 시간과 인력 한계에 따라 특활비 자체 감사가 필요함에도 일부 기관들은 하지 않았다. 일부 기관은 특활비 자체 지침과 집행계획이 있는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특활비 자체 지침과 집행계획 마련은 기획재정부 지침 사안이다. 정부 기관의 특활비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스스로 특활비, 업무추진비 등의 공개 기준을 마련해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올해 국가정보원을 제외한 19개 정부기관의 특활비는 3200억원에 달한다. 국회에 이어 정부 기관의 특활비 사용 관행도 개선이 이뤄질지 주목받는다. 앞서 국회는 특활비를 의원들 급여 성격 등 쌈짓돈으로 이용된 것이 드러나 결국 대부분 폐지하기로 했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가 최근 발표한 ‘2017년~2018년 20개 국가기관의 특수활동비 관리·감독 실태 조사 보고서(이하 보고서)’에 따르면 9곳이 자체감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국무조정실, 국민권익위원회, 국방부, 국세청, 대통령비서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외교부 등이다. 이 자료는 참여연대가 특활비를 사용하는 20개 정부기관에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것이다.

자체 감사 여부를 공개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는 곳도 5군데였다. 국가정보원, 국회, 대법원, 대통령경호처, 방위사업청 등이다. 

자료=참여연대,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정부 기관은 특활비가 목적에 맞게 쓰이는 지 스스로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 감사원의 연 1회 특활비 감사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신동하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감사원이 모든 기관의 특활비를 구체적으로 점검하기에는 시간적, 인력적 한계가 있다. 감사원의 점검 자체도 연 1회 뿐”이라며 “정부 기관들은 목적에 맞지 않게 쓰이는 특활비가 없는지 자체 감사를 해야 함에도 일부 기관들은 하지 않고 있다. 자체 감사를 진행해야 특활비가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정부기관은 기재부의 자체 지침 개정 내용과 감사원의 권고 사안을 따르지 않았다. 국무조정실과 민주평통은 특활비 사용 계획을 제출해 심사하고, 집행 후 활동내용을 보고하는 내용을 자체지침 또는 집행계획에 명시하지 않았다. 2018년 기재부 지침과 2017년 감사원 권고 사안에 따르면 각 중앙관서의 장은 특활비 집행 범위, 승인 절차, 집행 방식 등 자체 지침과 집행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특활비 사용계획을 사전 심사하거나 활동 결과를 사후 제출하는 운영 사례를 참고해 자체 지침이나 집행계획을 통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12개 기관은 특활비가 목적에 맞게 쓰이도록 강제하는 자체지침과 집행계획이 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기관은 감사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국민권익위, 국회, 대통령경호처, 대통령비서실, 방위사업청, 법무부, 외교부, 통일부, 해양경찰청 등이다.

정부기관들은 정보공개청구에 특활비가 목적에 맞게 쓰였는지 증명할 서류를 부실하게 제출하기도 했다. 특활비 집행내용확인서와 영수증을 제출하지 않거나, 영수증이 특활비 금액에 미치지 못했다.

감사원의 ‘특수활동비에 대한 계산증명지침’에 따르면 기밀유지를 요구하는 특수활동비라도 집행 후 영수증과 집행확인내용 서류를 제출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금으로 미리 지급된 특수활동비 중 경비집행의 목적 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해서만 지급일자, 지급금액, 지급사유, 상대방 등이 구체적으로 기재된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 이 때도 생략 요건과 절차 등을 정한 자체 지침 등 내부통제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감사원에 제출해야 한다.

2017~2018년 상반기의 증빙 현황을 비공개한 기관은 감사원, 공정거래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정보원, 국민권익위, 국세청, 국회, 대통령경호처, 대통령비서실, 방위사업청, 법무부, 통일부 등 12곳이었다.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만 집행하는 기관 가운데 대법원과 외교부는 집행내용확인서를 전혀 제출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집행에 따른 증빙서류 제출 자체를 거부했다. 관세청은 영수증 증빙금액이 전체 지급액 9억2300만원의 38.1%(3억5200만원)에 불과했다.

특활비 지급신청 시 사용계획서 등 지급근거를 제출하지 않은 기관도 있었다. 국무조정실, 민주평통, 외교부, 해양경찰청은 특활비 지급을 위한 근거자료 제출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이들 기관이 특활비 사용계획서 제출 관리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경찰청은 해당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국방부는 정보비, 군사정보비 금액은 비공개했다. 지난해 두 기관의 전체 특활비 예산이 각각 1000억원을 넘었다. 두 기관이 공개한 특활비 증빙현황 금액은 경찰청 458억1200만원, 국방부 7억4100만원으로 비공개한 정보비가 컸다.

신동하 간사는 “정부 기관이 특활비 자체지침과 자체감사, 증빙을 제대로 해야 국민 알권리와 목적에 맞는 특활비 사용이 가능하다”며 “각 기관의 자체 지침, 집행계획에 특활비 집행을 자체 점검하도록 기재부 지침에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신 간사는 “특활비 급여성 지급을 막기 위해 지급 요청시 반드시 구체적 사유가 명시된 사용계획을 제출하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한다”며 “집행 후에도 증빙 및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한 예외 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체 지침, 자체감사 결과, 증빙현황, 감사원의 특수활동비 집행실태 점검 결과를 국민의 알권리와 투명성을 위해 공개해야 한다”며 “감사원이 특활비 부정 집행 여부에 대해 적전면 감사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정부 기관도 특활비 정보공개청구를 받으면 ‘공개’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공개가 가능한 부분은 사용 내역까지 공개해야 한다”며 “시민단체가 일일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아도 정부 차원에서 특활비, 업무추진비 등의 정보 공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논란이 없다”고 말했다.

하 대표는 “그 기준을 만들 때 관료 뿐 아니라 정보공개법 전문가, 시민사회와 소통해서 특활비, 업무추진비 기준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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