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호 발급 요원…중국 진출 국내 게임사, 매출 악화 전망

중국 정부는 최근 판호 발급 지연에 이어 게임 총량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계속되는 중국발 악재로 국내 게임사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전 세계 최대 게임시장인 중국으로의 진출이 점차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판호 발급 지연에 이어 게임 총량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계속되는 중국발 악재로 국내 게임사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교육부, 재정부, 신문출판서, 위생건강위원회, 시장관리감독총국 등 8개 부서는 ‘어린이 청소년 근시 예방 종합 방안’을 국무원 동의를 얻어 시행한다고 최근 공동발표했다.

이번 방안에는 게임 총량(總量) 제한, 신규 온라인 게임 수량 제한, 적정 연령 표기, 미성년자 게임 시간제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시행시기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 규제는 중국 시진핑 주석의 발언이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달 28일 청소년 근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어린이 시력저하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다. 방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번 발표를 향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중국 당국의 게임산업 규제에 대한 전초전으로 보고 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의 규제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상을 초월한다.

문제는 중국이 전 세계 1위 게임시장이라는 점이다. 중국 게임 시장은 약 42조원 규모로 전체 세계 시장(154조원)의 약 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이번 발표로 전 세계 게임사들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한국 게임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은 1년이 넘도록 중국 판호 발급 지연으로 중국 시장에 신작 게임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게임 산업을 진흥해해오던 중국이 규제쪽으로 방향을 틀 경우 외산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은 더욱 요원해질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현재 중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국산 게임들의 매출이 크게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에는 다양한 국산 게임들이 진출해 있다. 판호 발급 지연 이전에 진출한 게임들이다. 대표적으로 넥슨의 ‘던전앤파이터’와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등이 있다.

두 게임 모두 넥슨과 스마일게이트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다.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1조1495억원, 영업이익 1조636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영업이익률은 92.53%다. 국내 게임사 중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것은 네오플이 처음이다. 네오플의 이같은 높은 실적은 중국 때문에 가능했다. 현재 네오플 매출의 90%는 중국 던전앤파이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6000억원 가량을 기록하고 있는 스마일게이트 역시 매출의 90% 이상이 중국 크로스파이어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게임 시간을 제한한다는 점이다. 이미 중국 최대 IT·게임 기업인 텐센트는 당국의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 규제 정책에 호응해 자사의 인기 게임인 ‘왕자영요’에 실명 인증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실명 인증을 통해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이다.

게임 시간이 제한되면 자연스레 매출은 줄게 된다.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국내 게임사들 역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체적인 규제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더 큰 규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높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아래 게임산업을 육성해 왔다”며 “이번 발표는 중국 정부의 기조가 진흥에서 규제로 바뀌었음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중국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국내 게임사들의 경우 바뀐 기조에 따른 새로운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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