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반도 중재자 역할 나선 文대통령…‘北과 밀착외교’ 中, 북미관계 변수로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모습.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차 남북정상회담이 오는 18~20일로 확정되면서 잠시 주춤했던 한반도 평화 길이 열릴 전망이다. 아울러 한·​미 정상은 유엔총회에서 회담 일정을 공식화하면서 북미정상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머문 비핵화 로드맵도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문 대통령은 8월 말 또는 9월 초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각국 정상급이 모이는 9월 하순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또는 중국을 포함해 4자가 함께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 북미 간 이견 차를 보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무산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9월 남북정상회담→​유엔총회서 한미정상회담→​연내 종전선언 추진' 방향으로 전략을 계획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연내 종전선언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도 전날 방북 결과 브리핑을 통해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관련국 간 신뢰를 쌓기 위한 첫 단계라는 게 우리 정부 생각으로 북한 역시 이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북 및 한미 정상회담이 앞으로 약 3주 만에 모두 개최되기로 확정된 만큼, 두 정상회담에 모두 참여하는 문 대통령이 이들 정상과의 대화를 통해 북미 간 갈등 차를 얼마나 좁힐지가 중요해졌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은 당장 4차 방북이 무산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재방북 성사에 주력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무산되면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네 번째나 방북하는 것은 전례 없는 속도감을 보인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진전에 대한 빅딜이 현실화될 것을 기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한에는 미국을 움직일 만한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 이행을, 미국에는 종전선언으로 가는 방향에서 양보를 얻어내는 등 각각 맞는 전략에 초점을 맞추면서 양국의 이견 차를 조율할 중재자 역할을 다시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리 측 특사단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적대적 북미 관계 청산과 비핵화 실현 희망 사항을 피력했다. 또 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신뢰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다만 비핵화 문제는 당사자인 북미가 만나 풀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의 진정성을 각각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 3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50분간 통화하면서 김 위원장에게 전해달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특사단을 통해 전달했다. 또 특사단이 받아온 김 위원장의 메시지 또한 곧 미 측에 전달될 예정이다.

◇ “중국 최고위급 인사…바쁜 일정 속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 행사 참여”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최고위급 인사를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행사에 보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과 중국 밀착 외교가 한반도 평화정착에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중국 지도부 서열 4위인 왕양(汪洋)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정치협상회의(전국정협) 주석이 지난 6일 오후 베이징 주중 북한 대사관을 전격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왕양 상무위원은 차오양구 북한대사관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기념일인 9·9절 환영 연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 중국 측 관리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왕양 상무위원은 중국 측 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는 중국에서 역대 최고 고위급이 자리에 참석한 것으로 기록됐다.

중국은 최근 ‘중-아프리카 협력 포럼 정상회의’ 등으로 중국 상무위원들이 아프리카에 총동원되는 등 바쁜 일정 중에 북한 대사관을 찾아 눈길을 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대신해 중국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도 오는 8일 북한 9·9절 행사에 참석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중국의 고위급 인사들이 방북하는 것은 중국이 현재 북미 교착상태를 염두에 두고 북한의 적정 체면을 차려주려는 것이다. 지금 판국에선 교착상태를 보이는 북미 관계를 악화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며 “기본적으로 정권 수립 70주년 자리는 현 국면을 비난하는 자리가 아니다. 열병식에도 ICBM 등을 동원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만큼 중국은 이전 세 차례 김정은 위원장이 방중해 시진핑 주석을 만났다는 답례 차원에서, 또 북한의 국가적 큰 행사에 참석하면서 북중 간 전통적 교류를 지속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