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경영효율 지표 최저 수준…금감원 압박으로 투자심리 악화 우려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금융당국과의 마찰 심화와 수익성 저하 등 각종 악재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수익성 지표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금융당국의 즉시연금 일괄구제 요청은 갈수록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 사진=시사저널e


국내 생명보험업계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길어지면서 수익성을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고 생보업계 압박에 나섰다. 지난해 자살보험금에 이어 즉시연금까지 당국과의 마찰로 고객 신뢰는 떨어지고 투자 심리도 악화돼 수익성 회복이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1일 금융감독원과 생보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들의 수익성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생보업계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2조78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조2126억원(5.7%) 감소했다. 보장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3824억원 증가했지만 저축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4조2853억원으로 크게 감소하면서다.

보험영업손실은 11조35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손실폭이 13.1%(1조3123억원) 커졌다. 저축성보험료는 4조3000억원 감소했고 해약 증가로 지급보험금은 3조3000억원 증가했다.

보험사의 경영효율을 나타내는 운용자산이익률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생보사들의 운용자산이익률은 지난 2001년 말 6%대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다. 올해는 3%대 턱걸이다.

운용자산이익률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이익이다. 차후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지표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24개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5%를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생보업계 빅3로 불리는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도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을 면치 못했다. 삼성생명의 5월 말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3.3%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떨어졌다. 한화생명은 3.8%로 0.3%포인트 하락했고 교보생명도 4.0%로 0.2%포인트 악화됐다.

생보업계의 신계약률은 2001년 43.3%를 기록한 이후 매년 하락하며 지난해 말 13%까지 떨어졌다. 6년 만에 30.3%포인트 급감한 상황이다.

생보업계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등 자본규제 강화에 대비해 저축성보험 판매가 크게 줄어든 반면 보장성보험의 매출 신장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이 수익성 악화 원인으로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FRS17 도입 대비 등으로 생보업계 성장에 정체가 온 것으로 보인다”며 “가계 경제 악화 등으로 보험 계약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브리핑룸에서 열린 금융감독혁신 과제 발표를 마친 후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생보업계는 최근 즉시연금 논란으로 인한 금융당국과의 마찰 심화도 업계 불황을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 사태가 지난해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흘러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이 금감원의 일괄구제 요청을 거부함에 따라 자칫 즉시연금 논란이 자살보험금 때와 마찬가지로 해당 보험사 임원 징계 등 당국의 고강도 징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권고를 거부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등 생보사에 대한 종합검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윤 원장은 “상법에 따르면 약관이 모호할 경우 약관 작성자가 책임을 지게 돼 있고 자살보험금 사태에도 ‘작성자 불이익 원칙’이 적용됐다”며 “즉시연금도 소비자 보호 문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종합검사를) 욕을 먹어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즉시연금으로 현장검사 등을 통한 압박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며 “금감원에 보험사는 절대적으로 을의 처지다. 업계 불황에 이어 당국의 압박까지 커지면서 업계 분위기가 더 나빠진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