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발언에 도입 급물살 타는 입국장 면세점, 기내 면세점은 특혜 시비에 특허수수료 도입 등 논의 거세…항공사들 알짜 수익원 위축될까 ‘전전긍긍’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항공업계가 알짜 수익원인 기내 면세점 사업이 위축될까 전전긍긍이다. 최근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탄 데 이어, 기내 면세점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다만 항공운수업 특성을 고려했을 때 현행 출국장·시내 면세점 수준의 규제가 도입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개최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입국장 면세점을 도입 방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출국장에서 구매한 면세품을 여행 내내 들고 다녀야 하는 여행자들의 불편을 덜고 해외 소비 일부를 국내 소비로 전환한다는 취지에서다.


업계선 지난 수년간 번번이 무산됐던 입국장 면세점 도입 논의가 문 대통령의 발언에 급물살을 탈지 주목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03년 이후 지난해까지 7차례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 관련 회의를 개최하는 등 사업 추진에 앞장 서 왔지만 정부 부처의 반발에 부딪혀 사업 추진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인천공항공사와 중견, 중소 면세업체들은 사업 추진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태다. 

 

항공업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될 경우 수요가 겹쳐 기내 면세품 매출에 타격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입을 타격 폭이 크진 않을 것 같다"면서도 “회사 입장에서 반대 입장을 내놓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기내 면세점은 항공사의 비항공 사업 부문 중 알짜 수익원으로 기능해왔다. 항공기는 운항, 착륙 모두 해외로 간주됨에 따라 기내에 과세가 유보된 물품을 싣고 다니다가 승객들에게 판매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국적 항공사 8사의 기내 면세품 판매 수입은 2015년 3378억원, 2016년 3328억원, 지난해 상반기 15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중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연 3000억원 이상을 차지하면 사실상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면세업계 등에선 기내 면세점이 제도적 허점을 이용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시내 및 출국장 면세점과 똑같은 물품을 판매하면서도 특허 수수료 등이 면제돼 수익을 높여왔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출국장‧시내 면세점은 매출액 중 0.15%~1%를 특허수수료로 납부해야 한다. 또 출국장 운영자에게 경쟁 입찰을 통해 매출액 중 10%가량의 임대료를 지불하거나 특허보세구역으로 지정된 구역에 공간을 임차하거나 소유해야 한다. 그러나 기내 면세점은 기내 판매업으로 등록돼 특허수수료 납부 의무가 없다. 인건비, 임대료 지출로부터 자유로운 점도 특징이다. 

 

노성환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관세 면제라는 특혜를 받는 면세점 사업자는 고용 창출, 중소기업 제품 판매 제고, 관광인프라 구축 등 사회적 기여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며 “그러나 기내 면세점은 판매장이 기내로 한정돼 있어 중소기업 제품 판매 제고 수단으로 활용하기 어렵다. 또 관광 인프라 구축, 고용 창출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업계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어느 정도 사업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정재완 한남대 교수는 “출국장 면세점의 면세한도가 3000달러인 것처럼 기내 면세 판매도 관세 판매액 한도를 정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기내 면세점 구축 취지가 ‘쇼핑’이 아닌 ‘여행자 편의 도모’이기 때문에, 당초 사업 취지와도 맞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시내 면세점과 기내 면세점을 동등한 위치에 두고 같은 규제를 적용할 순 없다는 반대입장도 거세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 특수성 때문에 시내 면세점과 같이 특허보세 구역으로 적용하는 데 다소 무리가 있다. 항공기는 국제선과 내항기 자격 전환이 수시로 일어나기 때문에 기내 면세점도 특허보세구역으로 정해 운영하게 될 경우 논란의 소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항공운수업 특성상 항공사들의 과도한 면세품 판촉을 사전 방지할 제도적 요구도 나온다. 항공사의 판촉이 과열될 경우 기내 면세품 판매를 전담하는 항공 승무원들의 업무가 가중돼 승객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 

노성환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배치된 항공승무원들이 판매 업무에 과중하게 투입되지 않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기내면세점 사업자의 내부적인 인력 운영 권한이라고만 볼 것이 아니다. 기내면세점 사업자가 별도의 인력 채용 및 배치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를 직접 판매를 담당한 인력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형평의 원칙상 타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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