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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카드 긁어주세요” 사라진 가맹점
  • 박현영 기자(hyun@sisajournal-e.com)
  • 승인 2018.07.30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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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는’ MS 단말기, ‘꽂는’ IC 단말기로 전환…제도는 ‘연착륙’‧사용자는 ‘어색’
30일 서울 한 편의점에서 소비자가 직접 IC 단말기에 카드를 밀어넣고 있다./사진=박현영 기자

‘긁어서 결제하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금융당국은 30일 기존 카드단말기의 IC 단말기 전환 비율이 교체 신청자 포함 98.5%가 됐으며 미전환 가맹점에서는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IC 단말기 사용은 지난 2015년 7월 개정된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라 의무화됐다. 카드복제와 정보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마그네틱 부분을 긁어서 결제하는 기존 MS 단말기는 보안 문제가 컸다. 마그네틱 자기선에 회원정보 및 결제정보 등의 개인정보를 담고 있어 불법복제가 쉬운 탓이다. 반면 IC칩 부분을 단말기에 꽂아서 결제하는 IC 단말기는 개인정보 암호화 기능이 있어 보안이 강화된다.

이날 기자가 찾은 현장에서는 바뀐 제도가 자연스레 연착륙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새로운 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 아직 어색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든 가맹점 기기 교체’ 혼란 우려됐지만…무난한 연착륙

개정안 시행은 지난 20일까지 3년간 유예됐다. 가맹점들의 교체 부담을 덜기 위함이었다. 여신금융협회는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에 단말기 교체 비용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교체 작업이 영세가맹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가맹점 현장에서는 교체에 큰 불편함이 없었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개인편의점을 운영하는 박아무개(59)씨는 “카드 단말기를 교체해야 한다는 말은 들었는데, 귀찮아서 미루고 있었다. 올해 들어 기기를 교체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문자가 계속 와서 밴사에 연락을 했고, 무상 교체 받았다. 월마다 일정 관리비만 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교체 작업이 혼란스러울까봐 걱정이었는데, 밴사에서 알아서 해줘서 큰 문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교체 작업으로 인한 혼란이 크지 않았던 데에는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카드사‧밴(VAN)사 책임할당제의 영향이 컸다. 금융위는 지난 5월 카드사가 콜센터와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가맹점주에 교체 안내를 하게끔 하고, 밴사 별로 가맹점을 다수 보유한 지역의 단말기 전환을 책임지도록 지역 할당을 실시했다. 또 지난 6월에는 영세·중소가맹점의 IC 단말기를 전환하는 밴사와 밴대리점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카드사와 밴사의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이루어졌고, 유예기간 동안 교체를 차일피일 미루던 소규모 가맹점들도 밴사 안내에 따라 교체를 받을 수 있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전환률이 낮은 지역에 가맹점을 많이 둔 밴사가 직접 단말기 전환을 안내하도록 했고, 유예 종료일까지 금감원이 밴사 별 전환 실적을 감독하는 등 적극적 조치가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단말기 교체에 따른 의외의 장점이 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중 결제가 줄었다는 것이다.

서울시 마포구에서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주연(24)씨는 “카드 단말기 교체 전부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기존의 (카드를) 긁는 방식을 쓸 때는 카드를 긁었는데 기기에 반응이 없길래 ‘혹시 안 긁혔나’하고 두 번 세 번 다시 긁은 적이 있다”며 “그러다 중복으로 결제가 돼서 승인 취소를 한 뒤 다시 결제를 해드린 적이 몇 번 있다. 일부러 두 번 결제했냐며 의심했던 손님도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IC카드 단말기를 쓴 뒤부터는 한 번 카드를 꽂아두면 결제가 되기 때문에 이중 결제 위험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앞쪽에 카드 꽂아주세요” 직원도 손님도 ‘어색’

반면 새로운 기기 사용에 대해선 가맹점 직원과 소비자 모두 아직 어색함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시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선 IC카드 사용을 어색해 하는 소비자들을 볼 수 있었다. “(계산대) 앞쪽에 카드를 꽂아달라”는 아르바이트생의 말에 카드를 밀어 넣었으나, 단말기 안쪽까지 카드를 밀지 않는 소비자가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보였다. 이처럼 편의점이나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에선 결제 시 손님이 직접 단말기에 카드를 꽂아야 한다.

이 편의점에서 꾸준히 아르바이트를 해오던 박지원(23)씨는 지난 3월 새로운 카드 단말기를 마주했다. 그는 “단말기가 계산대 앞쪽에 놓여 있어 손님께 직접 꽂아달라고 말씀드려야 한다. 가끔 어떻게 꽂는지 모르시거나 직접 꽂아야 하는 걸 불쾌해하시는 손님이 있어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손님이 직접 카드를 꽂도록 하다 보니 꽂은 카드를 그대로 두고 가는 사례도 종종 발생했다. 박 씨는 “카드를 꽂은 채 물건만 챙겨 가신 손님이 있어 따라 나가 카드를 챙겨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이 모인 한 포털사이트 카페에서도 ‘손님에게 카드를 직접 꽂게 했더니 일주일에 1~2번은 카드를 놓고 가는 일이 생긴다’는 경험담이 오가고 있다.

소비자 역시 직접 카드를 꽂아 결제를 진행하는 데에 다소 불편을 느꼈다. 평소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이연주(27)씨는 “IC 카드 결제가 매우 거슬리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씩 직접 꽂으라고 할 때 어색하다”고 말했다. 프렌차이즈 커피 매장을 자주 방문하는 이명준(26)씨도 “예전엔 카드를 맡기면 직원분이 알아서 긁어줬는데, 직접 카드를 꽂기 시작한 뒤로는 친절한 서비스를 받는 느낌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다만 소비자들은 단말기 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다. 이 씨는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은 그렇지 않은데, 술집 같은 곳에선 카드 결제를 손님이 보는 앞에서 하지 않을 때가 있다. 주로 카드를 건네면 주방으로 들어가 결제를 해오는 식”이라며 “그럴 때 카드복제 같은 보안 상 위험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을 느꼈는데, IC 카드로만 결제가 된다면 그런 불안감은 줄어들 것 같다. 그런 점에선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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