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특별 감리 부담…연구개발 성과 부재

금융당국의 바이오기업 회계처리 테마감리 결과 발표 우려로 약세를 보이던 제약 업종이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제약 업종 반등에 힘입어 코스닥 지수도 상승 마감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추세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26일 국내 증시에서 제약 업종은 전일 대비 0.72% 상승세를 기록했다. 업종내 117개 종목 가운데 100곳이 상승으로 거래를 마쳤다. 제약 업종이 하락을 멈추면서 코스닥 지수도 전일 대비 2.17% 상승한 765.15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코스닥 지수는 800선이 무너진 가운데 반등 포인트를 찾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내에서 시가총액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약세가 이어지면서 부진이 이어진 탓이다.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의 주가 조작 혐의와 신라젠의 임상실패 등 코스닥 제약·바이오 업종에 부정적인 뉴스의 영향이 있었지만 그 보다는 금융감독원의 테마감리 결과가 다음달 발표될 것이란 이야기가 돌면서 투자자들이 마음을 돌렸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금감원은 현재 상장 바이오기업 10여곳을 대상으로 테마감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테마감리의 중심에는 그동안 논란이 됐던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개발비 자산화 처리가 자리잡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개발비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과도하게 자산화하면서 비용을 낮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회계 기준에 따르면 개발비는 비용이나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다. 다만 비용으로 처리할 경우 당장 순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수익성이 낮아지는 점이 부담이다. 특히 개발기간이 긴 제약·바이오 업체들은 장기간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금감원의 감리 결과가 발표되면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들 가운데 개발비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자산의 대부분을 손상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비의 자산화 비중이 높은 곳은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개별 회사 별로 자산 규모와 매출 규모, 사업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인 수치는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업종은 다른 업종 보다 연구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며 "금감원이 지적했듯 단순히 자산화 비중이 문제가 아니라 이가운데 징후가 발생했을 때 손상처리를 하는지 등 종합적인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감리 결과가 나오기 전 예단해서는 안된다는 반응이다. 다만 손상 징후가 발생했을 때 일괄적으로 손상처리하기 어려운 특성도 감안해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연구가 실패했다 하더라도 다른 연구의 근간이 될 수 있어 향후 매출과 연관성이 전혀 없다고 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제약·바이오 업종의 투자자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초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주가도 상승했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만한 성과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기대감과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회계이슈가 더해졌다"며 "시장에서는 중장기적 기대감보다는 당장의 2분기 어닝쇼크와 연구개발 모멘텀 부재라는 리스크만 더 크게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26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의 코스닥 지수가 전일 대비 2.17% 오른 765.15를 나타내고 있다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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