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4년만에 주주행복펀드 내놔…"펀드 성과는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이후 본격화"

자료=각사 투자설명서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이 빠르면 이달이나 늦으면 내달 이뤄질 것으로 보이면서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려는 자산운용업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가치투자를 표방한 자산운용사들에서 주주가치와 관련된 펀드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KB자산운용은 올해 3월 일찌감치 ‘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내놨고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최근 4년만에 ‘주주행복펀드’를 출시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주주가치에 운명을 건 두 펀드가 어떤 성과를 낼 지 관심이 모인다.

◇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주주가치펀드 잇따라 출시

국내 증권 시장이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이르면 이달 말 기금운용위원회를 열어 스튜어드십코드(stewardship code) 도입에 나설 전망이다.

스튜어드십코드는 큰 저택의 집안일을 도맡는 집사처럼 기관투자자도 최선을 다해 고객의 돈을 관리하고자 만든 주주권 행사지침이자 모범규범을 말한다. 기관투자자 역할을 단순히 주식 보유에 한정하지 않고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게 되면 금융투자업계와 증권 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다. 국민연금의 국민연금 운용액은 600조원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에서만 120조원을 운용하고 이 중 60조원을 위탁 운용한다. ‘큰 손’ 국민연금이 움직이게 되면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보폭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행동이 더욱 많이 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서 일본공적연금(GPIF)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운용사들의 참여가 크게 늘어난 경험을 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스튜어드십코드 자체를 도입하는 자산운용사가 있는 한편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 상품을 내놓는 운용사도 존재한다. 이 경우 사모펀드뿐만 아니라 공모펀드까지 폭넓게 주주가치와 관련된 펀드가 나오고 있는 추세다.

◇ 주주가치 펀드로 맞붙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

특히 최근엔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운용사들 중심으로 주주가치 펀드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표적인 가치주 투자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지난 4일 ‘한국밸류10년투자주주행복펀드(이하 주주행복 펀드)’를 출시했다. 앞선 3월에는 가치투자 성향이 짙은 KB자산운용이 ‘KB주주가치포커스펀드(이하 주주가치포커스 펀드)’를 내놨다.

두 펀드 모두 주주가치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하는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주주행복 펀드의 경우 주요 투자 대상은 ▲낮은 주주환원율을 보이는 기업 중 핵심 원인의 해소 가능성이 높은 기업 ▲주주가치 향상 및 변화 가능성이 높아진 기업 ▲주주가치의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재평가가 충분히 되지 않은 기업이다.

주주가치포커스 펀드 역시 ▲우수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바탕으로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저평가된 국내기업 ▲우수한 주주가치 제고 정책 등으로 기업가치에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는 기업 ▲향후 주주가치 제고 정책 시행이 기대되는 기업 등에 주로 투자한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로 저평가 영역을 벗어날 수 있는 경우엔 적극적으로 주주행동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운용역을 보면 두 회사의 의지가 엿보인다. 주주행복 펀드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가 직접 책임 운용역에 이름을 올렸다. 2013년도부터 ‘한국밸류10년투자 재형펀드’를 운용해온 정신욱 매니저도 운용을 책임진다. 주주가치포커스 펀드는 가치투자 대가로 알려진 최웅필 KB자산운용 밸류운용본부장의 직속 부서인 밸류운용실 정용현 밸류운용 매니저가 책임 운용을 맡고 있다.

다만 두 펀드 설정액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4개월 앞서 나온 주주가치포커스 펀드는 설정액 규모가 지난 6일 기준 51억원 수준으로 저조하다. 최근 출시한 주주행복 펀드 역시 53억원대로 주주가치포커스보다는 시기와 규모면에선 앞서지만 이 역시 폭발적인 반응과는 거리가 멀다.

전문가들은 향후 두 펀드가 어떤 성과를 낼 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아직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지 않았고 주주가치를 높이려는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어 현재의 상태로만 모든 것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며 “이들 펀드가 본격화하면 어떤 종목을 투자하는 지 등을 비교해서 볼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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