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한 CEO, 지난달 블루보틀코리아 설립, 개장 성큼…스타벅스 등 국내 커피업계 “고급화 전략으로 맞설 것”

커피계의 애플이라 불리는 ‘블루보틀​의 한국 상륙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국내 진출설이 돌던 블루보틀은 지난달 말 국내에 블루보틀코리아라는 유한회사를 설립하면서 진출이 더욱 확실시됐다. 이로써 스페셜티 커피를 지향하는 블루보틀이 국내 커피시장 지형을 바꿔놓을지 주목되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브라이언 케빈 미한(Bryan Kevin Meehan) 블루보틀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19일 유한회사 블루보틀커피코리아를 설립했다. 블루보틀은 블루보틀은 ‘커피전문점 운영 및 관리·볶은 커피 및 식품 제조업’ 등으로 사업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유한회사 설립으로 블루보틀 개장이 더욱 가까워지게 된 것이다.

정확한 오픈 시점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번 소식은 블루보틀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을 설레게 하기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블루보틀 매장을 찾는 고객의 절반이 한국인이라는 전언들을 종합하면 더욱 그렇다. 앞서 블루보틀이 지난 3월 ‘삼청동 1호점’을 열 것이라고 한 차례 기대를 모았지만 현실화되지 않으면서 개장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블루보틀 매장 내부모습. /사진=셔터스톡

블루보틀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를 지향한다. 블루보틀은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가 아닌 드립커피 등 브루잉으로 대표되는 ‘천천히 내리는 커피’로 유명하다. 손님은 직원이 커피를 직접 내리는 모습을 앞에 서서 지켜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커피산업 제3의 물결’이라고 일컫는다. 인스턴트 커피로 대표되는 제1의 물결,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인 제2의 물결, 바로 그 다음 세대라는 것이다.

매장도 미국과 일본밖에 없다. 국내 출점 형태도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 형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블루보틀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판단으로 풀이된다. 미한 CEO는 지난해 10월 방한했을 당시 “브랜드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루보틀이 한국에 문을 열게 되면 국내 브랜드 커피 시장은 독보적인 1위 스타벅스와 이하 투썸플레이스, 폴바셋, 엔젤리너스, 할리스, 이디야 등이 장악한 국내 커피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미 국내에도 블루보틀과 같은 제3의 물결이 일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 4월 출간된 ‘카페 블루보틀(김종선·김태균·진변석 지음, 팬덤북스)’은 블루보틀이 스타벅스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책은 “소비자들에게 강력한 팬덤을 구축한 스타벅스가 최근 부쩍 긴장하는 눈치다. 블루보틀 때문이다”면서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블루보틀이 대표하는 ‘제 3의 커피 물결’에 긴장하는 것이다. 향후 제 3의 물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자신들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강력한 경쟁 상대와 맞닥뜨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스타벅스도 고민의 결과를 속속 내놓고 있다. 바로 프리미엄 매장인 리저브 바(Reserve Bar) 매장이다. 리저브 매장에서는 리저브 원두를 14시간 동안 침출식으로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뚝딱 만드는 커피보다 시간과 정성이 더 들어가게 된다. 스타벅스는 지난달까지 국내서 리저브 매장을 총 30곳까지 늘렸다. 엔젤리너스 역시 소공동, 광화문 등 서울 중심에 스페셜티 매장을 늘려나가고 있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블루보틀이 들어오기도 이전이지만 국내 커피시장에서는 이미 프리미엄 커피를 찾는 수요층이 생겨났다”면서 “다만 아직 대중화되진 않은 만큼, 블루보틀이 국내서 어떻게 자리잡느냐에 따라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인지도 역시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소개한 책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다. “자타가 인정하듯이 아직 커피산업계에서 블루보틀은 스타벅스와 체급 자체가 다르다. (중략) 블루보틀은 타깃을 명확히 한다. 요즘 들어 부쩍 드는 생각이 있다. 네슬레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불과 50여개의 매장밖에 없는 블루보틀을 인수한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나가고 있어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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