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증서부터 아이스버킷 챌린지까지, 팬들의 기부실천

누군가의 팬이라면, 조공이라는 단어를 팬덤내부에서 심심찮게 들어봤을 것이다. 팬덤이 커지면서 어느 순간 팬과 연예인 사이에 ‘조공문화’라는 것이 생겨났다. 사실 국어사전에서 조공이라는 단어의 용법을 살펴보면 '전근대 동아시아 국제 관계에서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춰 예물을 바치던 것, 혹은 그 예물'로 알려져 있다. 

 

팬덤에서 초기에 활발히 사용되던 이 용어는 현재 ‘서포트’로 대체되거나 혼용되고 있다. 특히 조공이라는 단어가 셀러브리티와 팬 사이의 위계를 고정화시키는 부분이 있어 이 용어를 자정하고 있는 팬덤도 있다.


이러한 서포트 문화는 처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공연을 하거나 스케줄이 있거나 혹은 이벤트를 열어야 할 일(스타의 생일이나 데뷔 기념일 등)이 생겼을 때, 개인이나 단체가 돈을 모아 연예인에게 적절한 선물을 하는 행위 등을 의미했다. 서포트 물품은 개인별, 단체별 등 규모나 종류 면에서 다양한 형태를 띠고 이뤄졌는데 소셜 미디어가 급격히 발달되면서 연예인들의 팬들 선물에 대한 답례로, ‘인증’ 행위 또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팬들에게 받은 선물을 직접하고 나오거나, 소셜 미디어에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그 흔적을 남기는 연예인들의 행위가 바로 ‘인증’이다. 인증은 공식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서포트된 물품은 비공식적으로 셀러브리티가 직접 사용하거나 착장하면서 이를 목도한 팬들로 하여금 자연스레 이뤄지기도 한다. 팬들은 자신이 선물한 물품을 연예인이 하고 나오거나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티머시(친밀성)를 상승시킨다. 이러한 행위는 팬과 셀러브리티 사이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이점이 있지만, 잘못하면 팬덤 내부에서 과열적으로 서포트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서포트 문화가 사회적 기부로 이어지기 시작한 건, 팬들의 인식이 변화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사회적 실천으로 기부를 하는 팬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서, 팬들은 이전까지 돈을 모아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이름으로 사회적 공헌을 ‘서포트’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팬문화 실천은 이전까지 팬덤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형태의 특성 중에서도 사회적으로 기능하는 문화실천의 측면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팬덤의 행위자체를 건강한 팬덤 문화라고 묘사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다양한 팬문화의 다른 측면을 ‘건강하지 않은’것으로 기술할 수 도 있는 위험성이 있기에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팬 기부라는 기술이 더욱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통해 지명을 받은 다양한 분야의 셀러브리티들이 기부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 것만큼, 그들의 팬덤 또한 스타들의 이름으로 기부를 행하고 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단순히 ‘그 대상’을 애정 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이는 개인적인 차원에서의 기부보다, 좀 더 복잡한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적 변화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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