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사업 담당자 1년간 연락피해…“1천만원 배상 할테니 재판결과 발설하지 말라”

코오롱글로벌이 인테리어사업 저작물과 관련해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이뤄진 소송에서는 매수까지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코오롱글로벌은 2년 전 자회사인 코오롱하우스비전을 통해 ‘COMMON’이라는 신규 인테리어사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수십여명의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계약을 맺었다. 그들의 디자인과 작업 노하우 등이 담겨있는 파일도 인도받았다. 하지만 이 사업은 6개월여만에 폐기됐고 코오롱글로벌은 인테리어사업을 포함한 ‘COMMOM life’라는 새로운 사업을 론칭했다. 

 

계약자들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업담장자는 연락을 회피했다. 기다림에 지친 한 계약자가 소송에 나서자 사업담장자는 기존 사업이 폐기됐다며 일방적으로 해지를 통보했다파일을 넘긴지 1년여가 지난 시점이었다. 사업의 실체를 보지 못한 계약자들은 애초부터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고 저작물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먹튀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디자인·노하우 등이 담긴 파일 넘겼지만사업담당자, 6개월 넘게 연락 회피

 

2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인근 카페에서 만난 이철용(34) 씨는 사업추진 여부가 내부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기획단계에서 협약을 맺은 것은 코오롱글로벌의 명백한 귀책이다이에 따라 나를 포함한 수십명의 피해자가 불필요한 노동을 하게 됐고 지식재산권을 대기업에 빼앗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난 약 2년 동안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해자들을 무시와 문전박대로 대해왔다고 주장했다.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5월 코오롱글로벌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자회사 코오롱하우스비전을 통해 인테리어 플랫폼 판매사업(브랜드 명칭‘COMMON’)을 진행했다. COMMON은 여러 인테리어를 플랫폼에 게재하면 소비자들이 플랫폼에 게제된 다양한 인테리어들을 둘러보고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인테리어를 골라 시공을 하는 형태의 사업이다.

 

코오롱하우스비전은 이 같은 사업을 위해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을 모집했다. 모집은 인터넷상에 올라온 인테리어사진 중 사업에 맞는 사진이 있으면 해당 디자이너들에게 개별적으로 접촉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씨도 이들 중 한 사람이었다.

 

이 씨는 8월 계약 주체인 코오롱글로벌과 자신의 디자인을 인테리어 사업에 제공하고 사업 매출이 날 때마다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지급받는다는 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도면파일, 저작물 사진파일, 자재 구매경로·가격·시공방법 파일, 인테리어 노하우 파일 등의 자료를 모두 코오롱글로벌에 넘겼다. 사업담당자는 이 씨에게 사업이 9월부터 진행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정됐던 기간이 지나도 사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이 씨가 코오롱하우스비전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헛수고였다. 이 씨는 담당자가 연락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6개월이 지나서야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을 때 사업추진이 미뤄졌다는 통보를 받았다그 이후에도 연락이 없어 내용증명을 보내고 나서야 ‘COMMOM’사업이 이미 무산됐다는 말을 사업담자로부터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계획된 해지로 지적재산권 빼앗아전형적인 먹튀수법

 

이 씨가 소송을 결심한 시기는 코오롱글로벌이 ‘COMMON life’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음을 알고부터다. COMMON life는 인테리어부터 개발·임대·운영·시설관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택임대 서비스 브랜드다. 코오롱글로벌이 시공하고 코오롱하우스비전이 임대 서비스를 맡는 식이다. 이 씨는 이 사업이 COMMON의 연장선에 있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코오롱글로벌 측은 COMMON이라는 브랜드를 2016년까지 추진하다가 자체 폐기했는데 시기상 COMMON life는 기존 COMMON이 폐기된 직후부터 추진됐다브랜드 명칭과 심지어 로고까지 완전 동일하고 실재 내용적으로도 기존 인테리어 공사를 포함하는 종합부동산서비스라는 점에서 연장선상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코오롱그룹은 COMMON life 뿐만 아니라 아파트(하늘채)를 포함한 건설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계약 당시 제공한 컨텐츠가 어떤 식으로든 사용될 여지가 있고 계약 해지 후 디지털파일로 넘어간 저작권을 돌려준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존 사업을 외형상 저리하고 기존사업과 연장선상에 있는 신규사업을 추진하면서 계약해지를 통해 지적재산권을 모두 빼앗은 전형적인 먹튀’(먹고 튀다의 준말) 수법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의 주장에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코오롱의 입장에서도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 추진하던 신규 사업이었지만 내부에서 각종 의견들이 충돌하는 과정이 있었고 한참 후에야 사업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해당 사업을 추진하지로 않기로 미리 결정하고 연락을 피한 것은 아니었다며 먹튀 논란을 부인했다.

 

손해배상, 외부에는 알리지 마라입막음용 매수시도

 

이 씨는 올 1월부터 코오롱글로벌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저작권, 용역비 등을 포함한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2000만원이다. 이에 38일 코오롱글로벌은 이 씨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답변서를 보내며 재판부에 소송에 대한 기각을 요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양측이 상호간 조정을 하라는 권고를 내렸고 조정위원회로 인도됐다.

 

코오롱글로벌은 조정절차에서 어떠한 보상도 해줄 수 없다는 이전의 주장과 달리 이 씨의 손해배상금액 중 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며 태도를 바꿨다. 다만 재판결과를 타인에게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이 붙었다. 이 씨는 코오롱글로벌 측의 제안에 즉각 불응했다.

 

이 씨는 이러한 조건을 단 것은 적법한 보상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매수를 시도한 것이 사건은 20명이 넘는 다른 피해자가 있는 사건으로 나 한명을 매수해 입막음을 함으로써 다른 피해자들에게 사건의 전말이 알려지는 것을 은폐하려고 시도한 셈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또 코오롱글로벌은 내용증명과 변론기일 전 제출한 답변서를 통해 한 푼도 배상할 용의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그러나 지난 변론기일에 조정액 1000만원에 응한 것만을 미뤄보더라도 코오롱글로벌 스스로가 본 사건에 대한 배상책임을 스스로 시인하고 있는 것고 덧붙였다.

 

코오롱글로벌 측은 다른 계약자들과는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판결 이후 이어질 소송들이 우려돼 이 같은 조건을 제시했다는 입장이다. 관계자는 만약 이 씨가 코오롱글로벌에서 1000만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얘기하고 다니면 제2·3의 소송이 걸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조건을 제시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1000만원이라는 보상금을 제시한 이유에 대해서는 재판장이 조정을 하라는 얘기를 했고, 법적인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인 측면에서 이 정도 금액이면 적당하겠다는 법무팀의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씨가 코오롱글로벌 측의 조건부 손해배상을 거부하면서 이 사건은 집중심리재판부로 다시 재배당됐다. 집중심리재판은 당사자들의 적극적 다툼이 있는 사건을 별도 재판부에서 집중해 심리하는 것인데 통상보다 깊이 있게 재판이 진행된다. 재판은 내달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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