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샤오미 등 ‘짝퉁’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동일 산업 내 중국 주요업체 활동 주시해야

불과 5년 전까지 만 해도 ‘텐센트’, ‘샤오미’ 등 중국 스타트 업의 이름을 들어 봤다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 기업들을 못 들어 봤다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아쉬운 것은 이름은 아는데 해당기업이 뭐하는 회사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게임 ‘배틀 그라운드’를 즐기는 사람이 PC방마다 가득한데도, 제작사 블루홀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는 텐센트가 어떤 회사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텐센트는 시가 총액이 500조가 넘는 글로벌 톱 ICT(정보통신기술)기업이다. 10억명이 넘는 사용자(User)를 보유한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Social Network Platform) 위챗(Wechat)을 운영하고 있다.

텐센트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는 사람은 위챗의 대다수 사용자가 중국인이라는 점만 가리키며 ‘아직까지 한국과는 별 관계가 없는 회사’ 라고 단정 짓는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반만 맞는 주장이다. ‘텐센트 매출’의 상당 부분이 중국 내에서 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텐센트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텐센트가 카카오, 넷마블 등 다수 한국 소프트웨어 업체의 대주주이며 넥슨,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콘텐츠 업체의 ‘대체 불가능한’ 중국 배급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중국 시장에는 나갈 생각이 없는데,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나?”라고 되묻는다. 한국 내에서, 짧은 기간 동안에만 사업을 할 대표들에게는 중국 업체의 움직임이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글로벌 진출을 원하거나, 중장기 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계획을 갖고 있는 대표들은 같은 산업 내 중국 주요업체의 활동을 미리 파악하고 있는 게 좋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의 텐센트와 같이 자금·​사용자 유입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우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고, 반대로 예측하지 못한 순간에 회사에 위협이 되는 강력한 경쟁자를 마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증시 상장을 선언한 샤오미는 미래에 많은 한국 스타트 업이 경쟁자로 만날 가능성이 있는 ‘기억해 둬야 할’ 회사이다. 흔히 한국인들에게 ‘대륙의 실수’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보조 배터리 회사’로 오해 받기도 하는 샤오미는, 사실 기업공개(IPO) 실시 후 예상 시가총액이 최대 106조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이다.

샤오미 플래그십 스토어 ‘샤오미즈자(小米之家)’를 방문해 본 많은 한국 인들이 상품의 다양성, 합리적인 가격, 깔끔한 디자인에 깜짝 놀라곤 한다. 핸드폰, 노트북에서부터, 세그웨이, 전기 자전거, 밥솥까지, 분야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물인터넷(IoT) 제품을 쏟아 내는 샤오미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성비’만을 유일한 경쟁력으로 삼아온 글로벌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 넣고 있다. 마치 한국에서 ‘보조 배터리 시장’을 단숨에 제패 했던 것처럼 말이다.

과거 대다수의 중국 스타트업은 ‘누군가의 짝퉁’이라는 별칭으로 불리곤 했다. 아직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중국 스타트업의 수준을 그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카카오 투자 이후 기술적으로 카카오의 많은 부분을 벤치마킹했던 텐센트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카카오의 60배가 넘는 규모의 기업으로 성장했고, ‘짝퉁 애플’이라고 끊임없이 비웃음 당했던 샤오미는 어느덧 애플의 턱 밑을 노리는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앞으로 10년 후, 어쩌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생태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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