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은행(BOK) 국제콘퍼런스’ 개회사…"통화정책 유효성 낮아지는 것도 살펴봐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4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8 한국은행(BOK) 국제컨퍼런스'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013년 신흥국 ‘긴축발작’이 언제든 재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총재는 또 통화정책 환경 변화에 따라 통화 정책 유효성이 낮아지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주열 총재는 4일 서울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은행(BOK)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2013년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발작) 당시 미 통화정책 기조 변화 신호가 신흥 시장국에서 급격한 자본유출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했다”면서 “최근에도 미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가 일부 신흥국 금융불안의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선진국들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급격한 자본이동과 국제금융시장 불안은 언제든지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 우려대로 미국은 이미 금리 정상화 본궤도에 오른 상황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올해 3월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은 오는 12∼13일(이하 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6월 25bp(basis point=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1.3%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환경 변화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환경 변화로 인해 통화정책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는 까닭이다. 그는 “금융위기 이전에는 경기회복과 함께 실업률이 하락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즉, 필립스 곡선의 우하향 경향이 뚜렷했다”며 “그러나 위기 이후 이러한 상관관계에 의문이 생기면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어려움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중립금리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중앙은행 정책 운용의 어려움을 가중 시킨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정책의 기조를 평가하는 데 가늠자 역할을 해주는 중립금리가 금융위기 이전보다 상당 폭 낮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중립금리가 낮아지게 되면 경기가 하강국면에 진입했을 때 정책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립금리는 인구고령화, 생산성저하, 안전자산 선호 성향 등 주로 장기 추세적 요인으로 인해 낮아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중립금리는 물가에 대해 중립적인 이자율로 자연 이자율로도 불린다. 주로 경제가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 압력 없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적정 금리 수준을 말할 때 쓰인다. 자연이자율이 떨어질 경우 경제 충격에 취약해져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이 총재는 이런 변화에 대응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정책금리가 제로 하한에 도달했을 때 다양한 비전통적인 정책수단들을 동원했다”면서 “이러한 비전통적 정책수단이 기축통화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활용 가능한지, 그렇지 않다면 어떠한 정책대안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말했다.

또 그는 “정책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온라인언론과 소셜미디어의 확산 등 정보환경이 크게 변화된 점을 감안해 보다 효과적인 소통전략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통화정책의 한계를 감안해 다른 정책과의 조합을 적극 도모할 필요가 있겠다”며 “금융위기 이후처럼 수요부진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재정지출의 구축효과가 크지 않아 재정정책을 완화적 통화정책과 함께 확장적으로 운영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거시경제의 안정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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