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오 인정되지만, 재판 영향 없고 죄 성립 안 돼”…진정인 “제 식구 감싸기” 반발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지방검찰청. 사진=뉴스1

 

검찰이 재판 마무리 절차인 결심 공판에서 구형을 준비하지 않은 검사를 직무유기로 처벌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은 해당 검사가 구형 의견을 준비하지 못한 과오는 인정되지만, 재판에 영향을 미치거나 형법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진정인은 처분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해당 검사에게 내려진 조치내용도 확인해 주지 않는 등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

31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감사실은 최근 ‘1조원대 금융 피라미드 회사’ IDS홀딩스 지점장인 유모씨의 재판과정에서 불성실하게 공소유지를 한 이세진 검사(사법연수원 31기)를 처벌해 달라는 진정을 ‘혐의없음’으로 결론 내렸다.

앞서 이 검사는 지난 1월 18일 유씨의 결심 공판에서 구형 의견을 내지 못했고, 다음날 서면으로 구형했다. 앞선 공판기일에 재판장이 ‘다음기일에 변론종결 하겠다’고 고지했음에도 이 검사는 별도의 구형 의견을 준비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진정사건 처분결과통지서를 통해 “이 검사가 재판장의 고지를 간과한 채 구형 의견을 미리 준비하지 않고 다음날 서면으로 구형한 과오는 인정된다”면서도 “이씨의 선고 결과가 다른 지점장들에 대한 유죄 판결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 비춰봤을 때, 재판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과오는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밝혔다.

이어 “진정인은 이 검사가 변호인과 구형을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지만 변호인에게 서면구형 하겠다고 통지한 것일 뿐, 구형 자체를 논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단순히 분망(매우 바쁨), 착각 등의 사정으로 부당한 직무집행을 한 것만으로는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형법상 직무유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주관적으로 직무를 버린다는 인식을 하고 객관적으로도 직무 또는 직장을 벗어나는 행위를 해야한다’라는 대법원 판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이 검사의 직무상 과오에 대해서는 감찰 사건으로 진행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했다”고 통지했다. 구체적인 ‘조치’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진정인은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며 반발했다.

진정인 정모씨는 시사저널e와의 통화에서 “이씨의 재판결과가 다른 지점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씨의 과오가 크지 않다라는 동부지검 감사실의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며 “동부지검 감사실은 피진정인에게 내려진 어떤 조치 내용도 확인해 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해 이 검사는 공식 사과 하거나 사과문을 내지도 않았고, 동부지검도 몇 달째 진정사건 처분결과 통지를 미뤄왔다”면서 “징계내용도 비공개로 하는 등 동부지검의 진정성 없는 태도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다”고 덧붙였다.

정씨는 이 검사에 대한 진정을 다시 제기하고, 동부지검 감사실도 대검찰청 감사실에 진정을 넣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이 검사의 행위가 직무유기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분명히 판단을 내리고 진정인에게 답을 했다면서 감찰사실을 외부에 공표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법무부 지침에 따라 진정인에게 처분 내역을 알리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 내부에는 감찰본부에서 정한 검사의 비위에 관한 기준이 있다면서 이 기준에 따라 (이 검사에게)​ 적정한 처분이 엄정하게 이뤄졌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