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 등 반대 권고에 표대결 승리 불투명, 모비스-글로비스 분할합병 주총 취소…정의선 “지배구조 개편안, 시장과 소통해 개선·보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 /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 외국인들의 반발에 부딪혀 결국 판을 다시 짜게 된 모양새다. 


21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오는 29일로 예정했던 양사의 분할합병 임시 주주총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양사는 현재 체결돼 있는 분할합병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분할합병 안을 보완·개선해 다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3월 말 현대모비스의 핵심 부품사업을 존속시키고 모듈 및 AS 부품 사업 부문을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내놓으며 압박 수위를 높인 데 이어, 지난 15일에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글래스루이스 등도 잇달아 반대 의견을 표명하면서 현대차의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꼬였다. 국내 의결권 자문기관인 서스틴베스트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역시 반대 진영에 동참했다.

특히 17일에는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 계약을 체결한 한국기업지배구조원도 반대를 권고하면서, 주총 표대결에서 현대차그룹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던 모비스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행보도 예측하기 힘든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처럼 현대모비스 임시 주총은 현대차와 엘리엇 간 표대결 양상을 띄면서 안건 통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달았다. 시장에선 부결 가능성이 확산됐고 급기야 주총 연기설까지 불거지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연기설은 주총 취소로 현실화 됐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 3분의 1 이상이 주총에 참석하고, 참석 지분의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지분율은 기아차 16.9%, 정몽구 회장 7.0%, 현대제철 5.7%, 현대글로비스 0.7% 등이다. 국민연금이 9.8%로 2대주주이며 외국인 지분율이 48.6%에 달한다. 나머지는 기관·개인 8.7%, 자사주 2.7% 등이다.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외하면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은 30.2%다.

우호지분에 국민연금이 찬성을 한다고 해도 40%를 소폭 웃도는 정도에 불과하다. 통상 예견되는 80% 수준의 주주가 주총에 참석한다고 가정하면 15% 이상의 찬성표를 더 끌어모아야 하는 셈이다.

 

이번 모비스 주총 취소의 배경에 총 지분의 절반에 육박하는 외국인 주주의 이탈 가능성과 국민연금 조차도 확실한 우군으로 삼지 못한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시장의 반발에 직면함에 따라 향후 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개선해 재추진키로 했다고 밝혔다. 개편 안을 보완하고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은 무엇보다도 주주들의 충분한 이해와 적극적인 지지가 우선돼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그룹 측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그 동안 그룹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 분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 분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현대차그룹은 더욱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여러 의견과 평가들을 전향적으로 수렴해 사업경쟁력과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편방안을 보완하여 개선토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합병안 재추진과 관련한 보완·개선 및 이에 따른 주총 개최 등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확히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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