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부실 감사 관여 넉넉하게 인정”

지난 2016년 8일 서울 중구 대우조선해양 본사에서 압수수색을 마친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나르고 있다. / 사진=뉴스1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수행해 자격이 박탈된 공인회계사가 행정소송을 통해 자격회복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안진 회계법인의 등기이사(상무)로 재직했던 A씨가 “공인회계사 등록을 취소한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2014년~2016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팀 담당 파트너를 맡아 감사팀의 지휘‧감독, 감사조서 및 감사보고서 검토, 감사의견 형성 및 감사보고서 발행 등 감사업무를 총괄했다.

금융위는 2017년 3월 A씨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의 2014년부터 2015년까지 재무제표에 관한 감사를 시행하면서 감사절차를 부실하게 수행해 대우조선해양의 회계기준 위반 사실을 감사의견에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했다”라며 A씨의 공인회계사 등록을 취소했다.

공인회계사법 제48조(징계)는 공인회계사가 법 또는 법 명령을 위반하거나 감사 또는 증명에 중대한 착오 또는 누락이 있을 때 공인회계사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등록취소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A씨는 부실감사 기재 행위에 관여하지도 않았고 고의도 없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해볼 때 원고가 (부실감사) 기재 행위에 관여했음을 넉넉히 인정할 수 있고 그에 관한 고의 역시 미루어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거짓으로 감사보고서를 기재했다는 범죄사실로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확정받은 사실도 고려했다. 대법원 3부는 지난 3월 주식회사의 외부 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2심 판결을 확정한 바 있다.

재판부는 “행정재판이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받는 것은 아니지만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해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등록을 취소한 금융위의 결정이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감사업무를 총괄하던 원고는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의심할 수 있는 다수의 이상 징후 및 회계 기준에 반하는 회계처리를 확인하고도 시정이나 추가적인 감사절차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이 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처분에 관한 징계양정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만한 사정은 없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4월 안진회계법인에 12개월간 신규감사 업무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또 대우조선해양에 45억5000만원, 안진에 16억원에 과징금 부과 처분도 확정했다.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5조7000억원대 분식회계와 21조원대 사기대출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9년형을 확정받았다.

고 전 사장은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에게 자신을 대우조선해양의 대표로 지명해 준 것에 대한 감사표시로 국회의원 6명에게 강 전 행장 명의로 1740만원을 후원한 혐의로 별도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